박준영 국정홍보처장 윤태식씨 수차례 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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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패스21 대주주 윤태식(尹泰植)씨가 1999년부터 지난해 검찰에 구속되기 전까지 박준영(朴晙瑩)전 국정홍보처장(전 대통령 공보수석)과 김정길(金正吉)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수차례 만난 것으로 9일 밝혀졌다.

朴처장은 이날 건강을 이유로 사의를 표명,청와대가 이를 수리했다.

이에 따라 尹씨의 정.관.언론계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지검 특수3부(車東旻 부장검사)는 尹씨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접견하고 정.관계 고위 인사를 대상으로 기업 설명회를 여는 과정에서 朴처장과 金전수석이 모종의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두 사람을 조만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朴전처장은 대통령 공보수석이던 2000년 초부터 尹씨를 세차례 만나 패스21에 관한 설명을 듣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음이 확인됐다.

김정길 전 수석은 패스21의 감사인 김현규(金鉉圭.63)전 의원을 통해 행정자치부 장관(98년 3월~99년 2월) 및 정무수석(99년 2~11월)시절 尹씨를 두차례 이상 만났음이 드러났다.

검찰은 이들이 尹씨에게서 금품 등을 제공받고 패스21의 사업을 지원했는지를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또 남궁석(南宮晳)당시 정보통신부 장관(98년 2월~2000년 2월)이 패스21에 관심을 갖고 尹씨 등을 만난 배경에 이들의 부탁이 작용했는지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특히 尹씨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朴처장측의 부탁으로 朴처장의 사람을 채용한 일이 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들 외에 박지원(朴智元)전 문화관광부 장관은 청와대 공보수석 재임(98년 2월~99년 5월) 중 金전의원에게서 패스21에 대한 지원을 부탁받은 적이 있으나 尹씨를 직접 만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尹씨가 보안 시스템을 정통부 전산관리소에 무료로 설치해 주는 대가로 정통부가 패스21의 지문인식 기술 홍보를 약속한 약정서를 체결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당시 장관이던 南宮의원도 조만간 소환 조사키로 했다.

검찰은 우선 金전의원을 10일 소환,99년 12월 패스21 기술 시연회에 현역 의원 10여명을 참여시키고 청와대 인사에게 지원을 부탁한 경위 등에 대해 조사한다.

한편 朴전처장은 "공보수석비서관 시절 尹씨가 스스로 성공한 벤처 사업가라고 밝히며 찾아와 서너차례 만난 사실은 있으나 돈이나 주식은 물론,식사대접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패스21의 전신인 B사로부터 5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산업은행 姜모(47)벤처투자팀장을 구속하고, 姜씨로부터 그중 일부를 상납받은 같은 은행 朴모이사를 소환 조사 중이다.

조강수.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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