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뉴스] '선풍기 아줌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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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50대인 그녀의 얼굴은

보통 사람의 세 배쯤.

큰 얼굴 탓에

별명이 '선풍기 아줌마'.

탈을 뒤집어 쓴 듯

곳곳이 올록볼록.

하지만 과거 사진을 보면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만큼

고운 얼굴이다.

왜 자기 얼굴을 잃었을까.

이유는 욕망이었단다.

더 예뻐지고 싶다는…

성형수술을 아무리 해도

또 더 하고 싶어지고

성형에 모든 걸 걸다시피하다

정신분열증까지 얻었단다.

급기야 자기 손으로 얼굴에

콩기름, 파라핀까지 주입해

그 바람에 그 고운 얼굴이

마구 마구 부풀어올라

원래의 아름다움까지

거기에 잠겨버렸다.

그러나 미모 지상주의는

여전히 우리 사회를 지배한다.

젊은 남자 둘 중 하나는

사귀는 여성이 성형수술을

했다 해도 계속 만날 거란다.

예쁘기만 하면 된단다.

직장면접을 앞둔 대학생은

성형수술이 통과의례란다.

게다가 수능시험을 마치면

성형외과로 향하는 게

이제는 자연스러울 정도라고.

의료법만 아니면 성형수술이

경품이나 홈쇼핑 상품으로

나왔을지도 모른다…

속이 꽉 차고 알찬 사람이

진짜 사람이라는

그런 가르침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는

공허한 메아리일 뿐인가.

무조건 잘 생겨야,

겉모습이 빼어나야

행복한 것인가…

*최근 한 방송 프로그램에 '선풍기 아줌마'의 사연이 소개되자 충격을 받은 일부 여성이 성형수술 예약을 취소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미용성형은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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