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대기업 '살 빼기' 돌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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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코오롱.현대중공업.KT 등 일부 대기업에 감원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코오롱 그룹은 지난달 25일 임원 23%를 감원한 데 이어 주력업체인 ㈜코오롱은 3일 조기퇴직 우대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코오롱이 조기퇴직제를 실시한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0년대 말 이후 처음이다. 또 코오롱은 FnC코오롱과 코오롱패션의 조직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두 회사에 나뉘어 있는 13개 브랜드팀을 6개로 통폐합하고 이를 통해 전직원의 10% 가량을 줄일 방침이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계열사별로 사업구조 재편작업을 강도 높게 할 것"이라고 말해 그룹 차원의 구조조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음을 내비쳤다.

현대중공업도 감원의 날을 세웠다.조선 수주량은 늘고 있지만 철강가격 상승으로 인해 수익구조가 나빠졌기 때문이다. 3일 단행한 임원인사에서 매년 해왔던 신규 임원 선임을 안함으로써 임원수가 25명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또 계열사 임원의 일괄 사직서를 받아 이미 10여명의 임원들은 해임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원자재가 상승과 환율 하락 등 악재가 겹쳐 어려운 시기"라며 "플랜트 부문 등 실적이 부진한 사업 부문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KT는 최근 임원인사에서 50대 이상 임원 6명을 대기 발령하고, 40대 팀장급을 대거 임원으로 발탁하는 세대 교체 인사를 했다. 이에 따라 임원 승진자의 평균 연령이 3세가량 낮아졌다. 18명의 임원 승진자 중 16명이 40대다.

현대차그룹 계열 로템도 지난달 철도차량 일감이 크게 줄자 관리직 임직원 1550명을 1200명으로 감축했다. 또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경영난을 겪어오던 화섬업체 휴비스는 최근 전주.울산.수원공장의 직원 2000여명 중 30% 가량을 감원키로 했다.

롯데호텔도 지난달부터 10년차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가전부문을 광주(光州)공장으로 통합하면서 일부 직원을 대상으로 한 명예퇴직을 실시했다.

재계 관계자는 "일부 대기업들은 감원을 추진하고 있는 반면 수출 호조 등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전자.철강업체들은 대규모 승진인사와 성과급 지급을 검토 중이어서 연말 인사에 업종별 희비가 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박혜민.윤창희.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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