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위안화 절상] 下. 일본·동남아의 대응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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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위안화 절상 흐름에 맞춰 일본 및 아시아 경쟁국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일 정부는 이미 지난 4월부터 중국 통화당국과 10여차례에 걸친 협의를 통해 "위안화 절상은 대세"란 판단을 굳혔다. 일 수출기업들도 이런 상황을 알고 있다. 도요타 등 대부분의 일본 기업은 겉으로는 달러당 105엔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이미 상반기부터 달러당 95엔까지 갈 것을 전제로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안화 절상은 결국 엔화 절상 압력으로 이어질 것이란 판단을 한 것이다.

중국에 진출한 일 기업들은 달러당 79엔까지 갔던 1995년의 경험을 살려 차분한 대비를 해왔다. 연초부터 위안화로 된 부채는 최대한 줄이고 주재원들의 임대주택도 가급적 자사 소유 사택으로 전환시켜 놓은 상태다.

일 정부는 위안화가 절상될 경우 중국 내에서 원자재나 부품을 조달해 완제품을 만들어 미국이나 일본 등 제3국으로 수출하는 기업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 정부가 그나마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현재 중국에 진출한 대다수 일본 기업은 기본적으로 일본으로부터 원자재와 부품을 조달해 제3국으로 수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일 무역진흥기구(JETRO)가 지난 4월 일본 내 876개 기업을 대상으로 "위안화가 30%가량 절상되면 어떤 영향을 받겠는가"라고 질문한 데 대해 "긍정적 효과가 크다"는 응답이 더 많았다. 중국 경제가 둔화하면 장기적으로 대 중국 수출물량이 줄어들 우려는 있지만 일단은 일 제품들의 가격경쟁력이 크게 개선될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한편 위안화 절상으로 동남아 국가들은 일단 가격경쟁력 향상으로 단기적으론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JETRO의 모모모토 가즈히로(百本和弘)연구원은 "미 달러에 연동해 있는 홍콩 달러의 경우 위안화와 동반 절상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그러나 그 밖의 국가는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크지 않은 데다 아시아통화위기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당분간 현 체제가 유지될 공산이 크다"고 진단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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