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올림픽 '굴렁쇠 소년' 해병대 입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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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필승!"

88서울올림픽 개막축전에서 굴렁쇠를 굴렸던 일곱살 소년이 '귀신잡는 해병'이 됐다.

화제의 주인공은 경상북도 포항 해병대 교육단에서 신병교육 중인 윤태웅(尹泰雄.21)훈련병.

그는 81년 9월30일 독일 바덴바덴에서 서울 올림픽이 확정되던 날 태어나 '굴렁쇠 소년'이 됐다.

1988년 녹색 그라운드에서 흰색 반바지와 T셔츠 차림으로 깡충거리며 굴렁쇠를 굴린 尹씨가 지난해말 경기대 체육학과 2학년을 마치고 해병대에 자원입대했다.

훈련병이라 계급장 없는 팔각모를 쓰고 '군기(軍紀)'로 단단히 무장한 그는 "내성적인 성격을 극복하고 강한 남자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고 밝혔다.

尹 훈병의 부모는 88올림픽 이후 그가 필요 이상의 유명세를 치를까봐 우려해 밀려든 기업체 광고도 모두 거절했다고 한다.

尹훈병은 "제게 관심을 가졌던 분들을 실망시켜선 안된다는 생각으로 생활했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尹 훈병은 요즘 젊은이 답지않게 술.담배는 물론 머리를 물들이거나 귀거리를 한 적도 없다고 한다. 대신 더 씩씩하게 보이기 위해 입대 전에 구레나룻을 폼나게 길렀다는 것.

어린 시절 축구선수가 되는 게 꿈이었다는 尹 훈병은 "군에 입대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자원봉사라도 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어떤 식으로든 월드컵에 참여할 수 있다면 정말 영광이겠다"며 아쉬워했다.

김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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