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난 교육계 비리 수법] 후임 교장에 '뇌물교육'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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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울산지역 초.중.고 교장들과 교육청 공무원들이 무더기로 연루된 학교 공사비 관련 비리는 교육계의 '부패사슬'이 얼마나 고질적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번 수사에서 행정실장→교장→교육청으로 통하는 교육계 상납 통로가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 수법=업자와 짜고 공사비를 부풀려 차액을 챙기거나 공사비가 적게 나왔다고 속여 업자에게 공사비를 적게 주는 수법 이외에 뇌물을 받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동원됐다.

한 교장은 적자를 본 학교 사택 수리공사 업자가 약속한 1백50만원을 주지 않자 "회식비를 갖다 달라"고 요구, 1백만원을 가져오게 한 뒤 다시 "커튼 수리비용 50만원을 내야 계산이 맞는다"며 50만원을 악착스럽게 받아냈다.

이 교장은 이를 위해 세차례나 전화를 걸어 "약속한 돈을 왜 안주느냐.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면 곤란하다"고 독촉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 행정실장은 업체가 공사 이익금의 절반인 7백50만원을 사례비로 제시하자 "50만원만 더 쓰라"며 8백만원을 받는 등 뇌물 액수를 흥정하기도 했으며 돈을 못받을 것을 우려, 직접 업체로 찾아가기도 했다.

이밖에 일부 교장은 후임 교장에게 뇌물을 잘 주는 업체를 알려주거나 돈을 어떻게 받아야 뒤탈이 없는지 등 '뇌물수업'까지 실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 수사 배경=일부 악질적인 교장.행정실장 등의 뇌물수수 행태가 공사업체들 사이에 나도는 소문을 검찰이 포착, 수사에 착수했다. 평소 울산지역 공사업자들 사이에서는 "교육청 공사를 맡기 위해서는 공사비의 10%를 뇌물로 제공해야 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았다.

이 과정에서 파렴치한 뇌물 요구에 시달린 공사업자들의 제보도 한몫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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