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언론이 윤게이트 본질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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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패스21 대주주 윤태식(尹泰植)씨의 정.관계 등 로비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언론계로 향하자 수사의 본질을 흐리기 위한 '물타기'가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금까지 수사를 통해 전.현직 하위 공무원 몇 명만을 사법처리한 검찰이 새해 들어 수사 방향을 언론계 쪽으로 틀었기 때문이다.

이미 지적했듯이 우리는 비리 언론인을 두둔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사회 공기(公器)로서 언론과 이에 몸담은 언론인은 더 높은 도덕성과 책임을 요구받고 있다는 점에서 비리가 드러날 경우 엄격히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본질은 정.관계 인사들 중 누가 尹씨에게서 금품을 받았으며, 어떻게 살인 혐의자인 그를 비호해왔는지를 규명하는 일이다.

검찰은 패스21 주식을 보유한 언론인이 1차 수사 대상에 오른 50여명 가운데 절반을 차지해 언론계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수사 대상자 가운데 누구를 먼저 소환하느냐는 수사 기술상의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 검찰 수사 과정에서 사법처리된 사람은 전직 청와대 경호실 직원 1명과 경찰관 2명, 국세청.철도청.지하철공사 관계자 각 1명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인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하니 '몸통' 비켜가기란 말이 나오는 것이다.

검찰 주변에 나돌고 있는 '주요 주주 주식 보유 현황'이란 제목의 문건도 이러한 의문을 증폭시키고 있다. 2000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패스21의 주주 51명 명단 등이 적혀 있는 이 문건은 주식 소유자의 근무처뿐 아니라 본인 명의인지, 부인 명의인지까지 적혀 있어 정부기관의 전산자료가 이용된 것 아니냐는 의문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문건의 출처와 작성 의도 등이 규명돼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고위 간부들의 이런 저런 사건 연루로 검찰의 위신은 크게 실추됐다. 검찰은 尹씨 사건을 한 점 의혹없이 밝혀냄으로써 땅에 떨어진 신뢰를 일으켜 세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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