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21' 200주이상보유 관련언론인 상당수 혐의 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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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윤태식(尹泰植)씨의 전방위 주식 로비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언론계에 태풍을 예고하고 있다.

검찰은 4일 주식 로비에 연루된 언론사 직원들의 구속 기준을 '패스21 주식 2백주 이상 보유와 대가성 행위'라고 밝혀 사법처리 의지를 분명히 했다. 주식 이외에 尹씨로부터 현금을 받은 행위도 사법처리대상이다.

이처럼 사법처리 기준을 밝힌 것은 검찰이 이미 언론사 직원들의 혐의를 상당 부분 확인했다는 의미여서, 사상 초유의 언론사 직원 무더기 구속 사태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검찰이 확보한 패스21 주식 보유자 명단에 올라 있는 언론계 인사 25명 가운데 2백주 이상을 보유한 전.현직 언론인은 모두 14명. 경제지가 6명으로 가장 많고 방송사 4명, 중앙 일간지 2명, 통신사 2명 등이다.

이들 가운데는 몇몇 언론사 사진부 기자 4명이 포함돼 있다. 특히 이들은 모두 특정 출입처를 맡았던 경력이 있는 데다 똑같이 4백주씩을 갖고 있어 尹씨가 이들을 상대로 로비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구속자가 몇 명이나 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검찰이 밝힌 구속 기준을 넘는 주식 보유자가 많은 데다 보유 주식이 상대적으로 적더라도 주식 이외에 현금수수 등 대가성이 명백한 다른 혐의가 드러나면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이어서 무더기 사법처리의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패스21 주식을 보유한 언론사 직원 가운데 적지 않은 숫자가 대가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의 한 관계자는 "현재 소환하는 사람은 차명으로 주식을 보유하고 있거나 주식을 갖게 된 경위가 석연치 않은 사람들"이라면서 "대가성이 명백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주식을 받았다면 사법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尹씨에게서 주식을 받고 기사를 써 준 경우처럼 대가성이 확실한 경우▶기사를 먼저 쓰고 나중에 주식을 받은 경우▶청탁과 함께 주식을 받았으나 기사를 쓰지 않은 경우 등 사안별로 나눠 사법처리 수위를 결정하기로 했다.

검찰은 구속 대상자는 혐의가 확인되는 대로 개별적으로 처리하고 불구속 대상자는 추후 일괄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이다.

3일 소환 조사한 뒤 귀가시킨 언론인 2명이 대표적인 불구속 사례. 두 사람은 주가가 3만원까지 떨어진 지금도 손해를 보지 않았을 정도로 저가에 매입하는 등 대가성이 인정되기는 하지만 보유 주식이 1백주로 구속 기준에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의 최종 타깃은 모 경제신문 K사장. K사장은 주식 로비에 연루된 언론계 인사 중 최고위층인 데다 부인과 본인 명의로 패스21 주식 4만6천주를 갖고 있다. 검찰은 대가 관계를 확실히 규명한 뒤 소환해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한편 직원들이 주식 로비에 연루된 언론사들은 검찰 수사의 추이를 지켜보며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자사 직원 4명이 명단에 오른 모 방송사측은 "2천9백주를 취득한 촬영감독 李모씨의 권유로 PD 3명이 무더기로 곤경에 처했다"며 허탈해했다.

尹씨와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알려진 이 방송국의 한 PD는 4일 검찰 소환에 앞서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명단에 오른 5명 가운데 4명이 2백주 이상 보유자인 모 경제신문의 한 관계자는 "회사가 뒤숭숭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조강수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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