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국제규격 의무화로 가전제품 값 오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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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올해부터는 가전제품의 품질을 선진국 수준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가전제품 가격이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가전제품의 표준규격이 올해부터 일제히 국제규격(IEC)으로 바뀌면서 생산원가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가전제품의 경우 ▶지난해 말 전기용품 안전기준▶오는 3월부터는 KS인증 규격이 IEC기준으로 바뀌고▶7월부터는 안전성을 높여야 하는 제조물책임(PL)법이 도입된다.

이 때문에 가전업체들은 그동안 수출용만 국제규격에 맞춰 만들었으나 이젠 내수용도 수출용과 똑같이 만들어야 한다.

바뀐 규격에 따라 가전업체들은 외관 재질은 물론 부품까지도 바꿔야 한다. 수출용이나 고급제품에만 불이 안붙는 난연성 소재를 썼으나 앞으로는 전 제품에 이를 넣어야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난연성 소재는 지금 사용하는 소재보다 50% 정도 비싸다"고 말했다. 전자제품 안에 들어가는 전동기.콘덴서.변압기 등 주요 부품도 국제규격에 맞는 것을 써야 한다. 일부 생산라인은 조절이 필요하고, 부품값도 5~50% 비싸진다.

LG.삼성.대우전자 등 가전 3사 관계자들은 "수출용 제품은 이미 국제기준에 맞춰져 있고 2~3년 전부터 규격강화에 대비해 왔기 때문에 기술에는 어려움이 없으나 가격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들은 표면적으로 "원가가 올라가는 만큼 생산공정을 합리화해 가격을 올리지는 않겠다"면서도 "최신 디지털 기술 등을 집어넣어 새로 출시하는 모델의 경우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신모델을 출시하면서 원가상승분을 보태 제품가격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업체들 사이에선 원가상승분만큼 제품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다리미.토스터 등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만드는 한 중소 가전업체 관계자는 "납품을 받는 대기업이 기술지도 등을 해주고는 있지만 원가가 오른 만큼 납품가격도 올려야 한다"며 "소형 가전제품의 경우 생산합리화로 원가상승분을 상쇄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표준의 국제화를 이끌고 있는 기술표준원의 정춘기 전기응용과 과장은 "세계무역기구(WTO)회원국으로서 의무를 수행해 세계무역질서에 부응하고 무역장벽 없이 수출하기 위해서는 업체나 소비자들이 부담을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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