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국회로 돌아오시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 김성탁 정치부 기자

63세인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다. 3일이 되면 단식 5일째다. 화강암 바닥에 스티로폼을 깔고 앉은 그는 담요 한 장으로 무릎을 덮은 채 초겨울의 한기(寒氣)를 이겨내고 있다. 권 의원은 2002년 민노당 대통령 후보로 나서 95만7000표(3.9%)를 얻었다. 민노당 대표도 지냈다. 그런 그가 처음으로 입성한 국회에서, 그것도 본청 바깥에서 단식을 하고 있는 데에는 까닭이 있다.

지난달 24일 경찰이 권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에 들어가 이병하 전국공무원노조 경남지역본부장을 연행한 것이 문제였다.

권 의원은 "현장의 경찰서장과 통화하면서 '이 본부장이 자진출두 의사를 밝혔고 다음날 내가 창원으로 가 수습할 테니 경찰투입을 자제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묵살됐다"고 했다. "이건 진보정당에 대한 탄압 아니냐"며 총리 등의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 측은 못들은 척했다.

권 의원이 단식에 들어간 뒤에야 허성관 행자부 장관은 비로소 권 의원을 찾았다. 그리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당시 허 장관의 사과태도가 진솔한 것이냐에 대한 지적이 있긴 하지만 경찰의 업무처리에 무리가 있었음을 시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 만큼 권 의원이 단식을 중단하는 게 어떨까 싶다. 이젠 국회 안으로 돌아가 각종 현안을 다루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당초 권 의원은 국회의 대미(對美)외교대표단의 일원으로 3일 미국으로 갈 예정이었다. 여러 의원들 사이에선 "권 의원이 미국에서 한국의 진보정당을 대표해 할 얘기가 많았을 텐데…"라며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권 의원은 2002년 대선 당시 첫 대선후보 토론이 열린 방송사 앞에서 당원들에게 "우리가 여기까지 오는 데 50년이 걸렸다"고 했다. 진보정당의 어려움을 토로한 것이다. 그런 민노당이 국회에서 뿌리를 더 깊이 내리려면 장외투쟁은 이제 현장의 운동가들에게 맡기고 권 의원 등은 의정활동에 전념하는 게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김성탁 정치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