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근본이 망가진 한국 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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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수능 부정행위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자고 나면 휴대전화 부정 가담자가 수십명씩 증가하고, 사진 바꿔치기 대리시험 연루자도 늘어난다. 특목고생과 상위권대 의대생, 학원원장 등 시험부정행위와는 무관할 것 같은 사람들이 부정을 저지른 것으로 속속 드러나고 있어 더욱 충격적이다. 교육 현장이 왜 이렇게 망가졌는지 한숨이 절로 나온다.

휴대전화 부정으로 적발된 수험생 대부분은 고교 중간.기말 시험과 수능 모의고사 때 같은 수법으로 부정행위를 연습했다고 한다. 일선 학교에서 이런 현상은 매우 보편적인 것으로 학교와 교사들은 학생의 부정행위를 눈감아주거나 주의만 주고 그냥 넘어간다는 것이다. 수능시험장에서도 감독교사들이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는 수험생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어지간한 부정은 외면했다고 하니 부정행위를 부추긴 것이나 다름없다.

수능 부정은 가정과 교사, 학교, 사회가 학생들에게 잘잘못과 옳고 그름을 분간할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교육을 포기한 결과다. 경쟁에서 상대를 이기는 결과만 중요시하고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은 따지지 않는 사회 분위기도 한몫 거든 셈이다. 유혹을 받더라도 난관을 헤쳐나가는 기백과 정정당당하게 평가받는 자세를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각종 불의와 불법.탈법이 판치는 세태에서 학생들에게만 올바른 길을 가라고 말할 수는 없다. 총체적인 도덕 불감증이 유발한 수능 부정사태를 계기로 국가 차원에서 도덕과 윤리의 재무장과 실천 운동이 벌어져야 한다. 사회 전반에 법과 상식, 공정한 경쟁이 통하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할 것이다. 또 학교와 교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학생을 훈계와 징계하는 것이 진정한 스승이지 방관한다면 교단을 떠나는 것이 옳다. 가정에서도 자녀의 성적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이 정직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학생들에게 휴대전화와 인터넷 활용법에 대한 사이버 윤리 교육도 절실하다. 교육부는 부실 한국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