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센 캄보디아 총리, 노 대통령에 훈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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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지난달 30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3(한.중.일)'회담장에서 북한 핵문제를 둘러싸고 캄보디아의 훈센(사진) 총리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뼈있는 훈수를 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2일 보도했다.

회담장에 배석했던 소식통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모두연설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 한국의 포용정책과 6자회담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각국 정상은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의례적인 코멘트를 하는데 그쳤으나 다섯번째 발언자인 훈센 총리가 평온한 분위기를 깼다고 한다.

훈센 총리는 "(6자회담 재개에 북한이 떨떠름한 것은) 핵무기 제조를 위한 시간 벌기 작전이 아니냐. 전력(戰力)이 달릴 때에는 강해질 때까지 교섭에 응하지 않는 법"이라고 말했다. 폴포트 정권과의 오랜 내전과 협상 경험이 있는 그는 "나도 과거에 같은 전략을 써봤기 때문에 잘 안다"고 덧붙여 좌중은 웃음을 터뜨렸다. 다음 발언자인 탁신 시나왓 태국 총리는 "캄보디아는 북한과 관계가 좋은데 그런 발언이 밖으로 새나가면 곤란하다"고 농담을 건넸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다른 정상들의 발언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가 회담 말미에 "(훈센 총리의 말을) 다시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고 아사히는 보도했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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