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검은 돈 운용" 장군 행세로 12억원 꿀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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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68)씨는 예비역 장성으로 알려졌다.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스스로 “재학 당시 암호 해독을 잘해 미국 중앙정보국(CIA) 교환학생으로 선발됐고, 미군으로 특채됐다”고 말했다.

또 자신은 월남전에 참전해 장군이 됐다고 자랑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 전 주석의 장모 유산을 상속받아 조만간 해양 리조트 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2006년 10월 전남 순천시내 한 사무실. 유씨는 이모(37ㆍ여)씨에게 이런 얘기를 늘어놓으며 “회사 설립 경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그를 믿고 거액의 돈을 건넸다.

경찰 조사 결과 유씨는 육사에 다닌 적이 없었다. 1975년 보충역(단기사병)으로 군 복무를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유씨에게 속아 넘어간 것은 이씨 뿐만이 아니었다. 조사로 밝혀진 피해자만 4년 간 6명이었다. 유씨는 “금융실명제를 피한 검은 돈, 월남전 당시 유용된 미군 비자금,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등 모두 840조원을 해외에서 운용하고 있다”고 말한 뒤, 이들에게서 회사 설립 비용 4억3000만원을 받아 챙겼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전남 여수경찰서는 26일 유씨의 공범 양모(51ㆍ여)씨를 구속하고 일본으로 도망친 유씨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사기 피해자는 최소 15명, 피해액은 12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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