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판 태자당 ‘봉화조’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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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아들이 포함된 북한 최고위 권력자들의 2세 사조직이 존재한다고 워싱턴 타임스(WT)가 25일 보도했다. 신문은 이들이 북한이 위조지폐와 마약을 외국에 유통하는 일에 관계돼 있다고 미국 재무부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한국과 미국 등이 천안함 침몰 사건에 따라 대북 금융제재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봉화조’라고 불리는 단체의 존재를 파악하게 됐다. 봉화조는 중국의 당·정·군 고위층 인사들의 자녀군을 일컫는 ‘태자당’과 유사한 집단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재무부는 단체의 실질적 리더로 오극렬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아들 오세원을 지목했다. 오씨 외에 북한의 대미외교 브레인인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의 아들 강태승, 김정일 서기실 부부장 출신인 김충일의 아들 김철운, 보위사령부 사령관 김원홍의 아들 김철, 보위부 김창섭 부국장의 아들 김창혁 등이 봉화조 멤버로 전해졌다.

신문은 이들이 최소 2005년까지 초정밀 100달러 위폐인 ‘수퍼노트’ 유통과 헤로인 밀거래 등 불법활동에 관여했다고 전했다.

리더격인 오세원은 2004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적발된 위조지폐 사건과 2003년 4월 헤로인 330파운드를 실은 채 호주 당국에 붙잡힌 북한 화물선 봉수호 사건 등에 연루된 것으로 서방 정보 당국자들은 파악하고 있다. 특히 위폐 유통과 관련한 봉화조의 활동은 2005~2007년 미국 당국이 시행한 대북 금융제재를 촉발시킨 계기를 제공하기도 했다고 WT는 보도했다.

이들은 북한의 위법활동에 대한 서방의 감시가 심해진 2005년께부터는 북한 내에서 마약을 팔기 시작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 집안 배경 덕분에 사면됐다고 한다.

김정일 위원장의 아들들도 봉화조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WT는 전했다.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알려진 셋째 아들 김정은은 평소 봉화조 멤버들과 가깝게 지냈고 20대에 들어서서는 봉화조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남 김정철도 봉화조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으며 봉화조를 통해 마약을 구입하기도 했다는 것이 재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들은 김정은으로 북한 권력이 승계된 뒤엔 다시 국제무대로 복귀하길 희망하고 있다고 WT는 덧붙였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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