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식씨 소유 패스21 "정치권 도움 급성장" 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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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15년 만에 '수지 金 피살사건'의 범인으로 확인돼 세상을 놀라게 했던 윤태식(尹泰植.43)씨가 이번엔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패스 21㈜을 둘러싸고 또 다시 의혹의 한 가운데에 서게 됐다.

尹씨가 국가정보원의 도움을 받아 사업 확장을 꾀하면서 일부 정치권 인사들에게도 접근했다는 것으로, 사실로 확인될 경우 적잖은 파문이 따를 내용이다.

업계 일각에선 국정원 전신인 안기부가 尹씨의 살인사건을 조작했고, 그 후에도 尹씨를 관리해 왔다는 점을 들어 그의 사업이 국정원과 어떤 형태로든 연관을 갖고 있으리란 추측이 제기돼 왔다.

패스 21은 1998년 9월 설립된 지문(指紋)인식기술을 가진 벤처기업이다. 尹씨는 자본금 37억원인 이 회사의 지분 46%를 갖고 있는 대주주이자 지난달까지 기술연구원장을 맡았다.

◇ '신지식인' 윤태식=尹씨의 정식 학력은 서울 D중학교 1년 중퇴가 전부다. 방위병으로 군 복무를 했다. 그러나 '3사관학교 출신의 예비역 대위'나 '육사 출신 사업가'로 행세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의 인생 역정은 98년 패스21을 설립하기 전까지는 곡절 투성이였다.

비디오 유통업체인 서진통상 홍콩본부장으로 86년 7월 홍콩에 입국해 '수지 金 사건'을 벌였고, 귀국 후에는 방송인 등 10여명의 신분증을 위조해 신용카드를 만들어 쓰다가 94년 구속돼 2년6개월간 옥살이를 하기도 했다.

96년 출소 후에도 특수공작원 등으로 신분을 속이며 중소업체로부터 금품을 편취하는 등 사기행각을 벌였다는 것이 검찰의 구속영장에 나타난 그의 과거 모습이다.

그러나 그는 패스 21을 설립한 후 최근 몇년 동안 벤처업계에서 '유망한 신지식인'으로 통했다.

◇ 급성장한 패스 21=99년 중소기업청이 선정한 '벤처기업인상'을 받고 지난해 국정원의 인증을 받아 생체인식시스템을 국정원에 납품할 예정이라는 소문이 나돌면서 눈길을 끌기 시작했다.

지난해 한빛은행, 삼성.비씨카드 등과 생체인식 시스템 납품계약을 체결해 이 회사의 주식은 장외시장에서 한때 주당 80만원을 웃돌기도 했다.

이 회사의 감사는 국회의원을 지낸 K씨며,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 전 재정경제부장관 L씨가 회장을 맡았다.

98년 11월에 열린 이 회사 기업설명회에는 현역 국회의원 등 정.관계 인사들이 다수 참석했고, 보안인증 업체임을 내세워 국가정보원에서 신기술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코스닥 등록을 신청한 패스 21과 尹씨에 대해 최근 증권거래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다가 지난달 尹씨가 검찰에 구속되자 관련 서류를 모두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다.

패스 21 관계자는 "尹씨는 대주주일 뿐 회사에 적을 두고 있지 않으며, 회사가 국정원으로부터 도움을 받은 일이 없다"고 말했다.

허귀식.조강수 기자

사진=장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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