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빛나는 묘수, 11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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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준결승 1국>
○·쿵제 9단 ●·구리 9단

제 10 보

제10보(108~115)=흑▲로 잇자 쿵제 9단은 드디어 108, 110으로 잇고 들어간다. 백 대마는 겨우 3수. 우측 흑은 5수나 되니까 싸움이 안 된다. 오직 하변 흑을 붙들고 늘어져 무언가 사건을 만들어야 한다. 검토진은 비관적이다. 하변 수상전이 유가무가 불상전의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집이 없는 쪽은 있는 쪽과 수상전으로 싸울 수 없다. 프로들은 속어로 ‘유가무가는 불쌍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쿵제 9단의 112가 판 위에 뚝 떨어졌을 때 모든 구경꾼은 할 말을 잊었다. 강심장의 구리 9단도 얼굴색이 순간적으로 잿빛이 됐다. 112는 보면 볼수록 절묘한 수다. 현현기경의 기묘한 사활문제처럼 양쪽 흑의 자충을 교묘히 이용해 죽었던 백 대마가 강시처럼 부활하고 있다(쿵제는 이 수를 언제부터 봤을까).

가만 놔두면 백은 A로 들어온다. 천하 대패가 벌어진다. 그걸 막으려면 ‘참고도’ 흑1로 두어야 한다. 하지만 이때 백이 4까지 흑의 뒤를 메운 뒤 6으로 우변 흑을 조여 가면 흑은 수상전에서 지고 만다. 원래는 흑이 두 수나 빨랐는데 ‘양자충’에 걸려들어 한 수 진다.

참고도

구리는 신음과 함께 115로 물러섰다. 패를 피할 수 없다면 백이 B를 두지 못하게 하여 자충이라도 막으려는 것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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