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이회창 아성에 박근혜 도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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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나라당은 이회창 총재의 아성에 박근혜 부총재가 도전장을 냈다. 그러나 아직 李총재가 질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李총재의 정치적 장.단점도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다.'장점이 때로는 단점으로, 단점이 장점으로 작용한다'는 게 李총재 경쟁력의 특징이다.

李총재의 강점은 여야 어느 정치인보다도 집권가능성이 큰 것으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본선 경쟁력 1위인 셈이다. 이는 그에게 많은 프리미엄을 안겨주고 있다. 우선 강력한 당 장악력으로 이어진다. 그는 사상 최대 규모의 야당을 큰 어려움 없이 이끌고 있다. 다만 이 때문에 '1인지배 정당'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세력과 자금면에서도 그는 역대 어느 야당 총재보다 유리한 조건이다. 그는 원내 제1당이라는 힘을 바탕으로 여권을 압박해 김대중 대통령의 민주당 총재직 사퇴를 이끌어 냈다. 하지만 이 부분 역시 부정적 의미에서 '거야(巨野)'라는 평가를 불렀다.

李총재의 화려한 공직경력과 넓은 인맥도 강점인 동시에 '엘리트주의'라는 역풍을 맞고 있다.

뚜렷한 경쟁상대가 없자 李총재의 문제점을 그 자신에게서 찾으려는 분석들이 나온다. 이 가운데 하나가 포용력에 대한 지적이다.

박근혜 부총재는 경선참여를 선언한 뒤 '李총재 보다 나은 점이 뭐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시대와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고, 그것을 실천할 의지에 대해서는 지지 않을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朴부총재는 어머니 육영수 여사의 죽음으로 20대 초반부터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하며 정상의 자리가 무엇인지를 경험했다. 그래서인지 정치적 결정에 큰 무리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지도자는 인간의 마음을 얻는 일을 가장 큰 목표로 하는 기술자다(91년 10월 29일자 일기)'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朴부총재를 얘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대중적 인기다. 전국 어디든 선거가 있는 곳이면 그는 지원유세 초청대상 0순위다.

朴부총재의 아킬레스건은 조직과 세력이다. 李총재의 위상이 워낙 확고해 새롭게 지지세력을 구축하거나 넓히기도 여의치 않다. 정치적 검증을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과 함께 여성이라는 점을 한나라당 대의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이수호.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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