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종교자유 있다" 대미 반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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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미국이 자기 나라의 종교자유법에 저촉된다며 우리를 걸고 드는 것 같은데 신앙의 자유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은 신앙생활을 하는 신자들 자신이지요."

평양시 만경대구역에 있는 봉수교회 여신도 김영숙(53)씨가 북한에 신앙의 자유가 없다고 지적한 미국을 성토하며 한 말이다.

지난 10월 부시 미 행정부가 '국제 종교에 관한 연례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면서 북한을 종교자유법에 저촉되는 '특별관심 대상국'에 포함시킨 데 대한 북한식 대응법이다.

재일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최근호에서 "1988년 8월에 건립된 봉수교회의 일요예배에는 매주 2백~3백명의 신자들이 참석한다"면서 "평양을 방문한 외국인들과 각국 대사관 직원들의 모습도 보인다"고 보도했다. 한마디로 북한에 '신앙의 자유'가 있음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다.

이와 함께 예배 실황도 상세히 전했다. 연단 옆에 자리잡은 성가대의 찬송으로 시작되는 예배는 성경 낭독.목사의 설화(설교) 순으로 진행된다고 밝혀, 예배형식은 남한과 별로 다르지 않음을 보여줬다.

조선신보에 따르면 북한 전역에 '가정예배소'가 5백여개 있다고 한다. 가정예배소는 일요일에 10~15명이 모여 예배를 드리고 평일에는 성경공부를 하는 장소다.

봉수교회의 장승복(62) 담임목사는 '공민은 신앙을 가지며 이 권리는 종교건물을 짓거나 종교의식을 허용하는 것으로 보장된다'는 북한 헌법 제68조를 인용,"북한에서는 교인들의 자유로운 활동이 법적으로 보장돼 있다"면서 미국을 비난했다.

이에 앞서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주민들 중 해외 종교단체와 관계를 맺거나 전도사업을 한 사람들은 체포돼 중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미확인 보도이긴 하지만 북한 정부가 지하 교회의 신도들을 살해했다는 보도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 북한.중국 선교전문단체인 예랑미션(http://www.yerang.net)은 최근 북한에서 지하교회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북한이 대외적으론 '신앙의 자유'가 있음을 알리려고 애를 쓰고 있으나, 이를 둘러싼 미국과 북한의 신경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현재 북한에는 봉수교회와 89년 평양시 만경대구역에 건립된 칠골교회 등 교회가 2개 있고 목사 30여명, 교직자 3백여명, 기독교 신자 1만2천3백여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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