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등주의 반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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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2등주(株)의 역습이 매섭다. 이들 종목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몸집을 기반으로 빠르게 상승하며 업종별 대장주를 위협하고 있다.

2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가장 두드러진 상승률을 보인 2등주는 기아차와 아시아나항공이다. 기아차는 지난 20일 2만9750원으로 마감하면서 지난해 말(2만50원) 대비 48.38% 올랐다. 자동차 대표주인 현대차 상승률 15.29%를 세 배가량 웃도는 상승률이다. 항공업종에서도 같은 기간 대한항공이 30.97% 오르는 동안 아시아나항공은 100.27% 뛰었다. 유럽의 재정위기로 국내 증시가 맥을 못 춘 이달 들어서도 기아차(8.58%)와 아시아나항공(23.10%)은 큰 폭 상승했다.

통신에서는 SK텔레콤이 올해 들어 2.65% 하락했지만 2등주인 KT는 19.05% 상승했다. 기계업종의 블루칩인 두산중공업은 22.56% 급락한 반면 2등주인 두산인프라코어는 3.06% 상승했다. 반도체에서도 하이닉스가 2.59% 올랐지만 삼성전자는 5.38%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외에도 디스플레이·휴대전화 등 여러 사업을 영위하다 보니 반도체 업황 호조를 충분히 주가에 반영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

업황이 부진했던 업종에서도 2등주의 선방이 돋보였다. 건설에서는 현대건설이 33.39%, 대우건설이 23.83% 하락하면서 2등주인 대우건설의 낙폭이 작았다. 철강에서는 포스코가 29.69% 빠졌지만 현대제철은 7.86% 내리는 데 그쳤다. 정유에서도 대장주인 SK에너지의 낙폭이 15.91%로, S-Oil(-4.07%)보다 네 배 가까이 컸다.

이런 추세에 맞춰 최근 2등 주식에만 투자하는 옐로칩 펀드도 출시됐다. NH-CA자산운용이 내놓은 ‘NH-CA 대한민국 옐로칩 증권투자신탁’은 하이닉스·현대제철·KT 등을 투자 대상으로 한다.

전문가들은 2등주가 선전하는 배경으로 가파른 실적 모멘텀과 상대적으로 가벼운 시가총액을 꼽았다. ‘절대강자’만 살아남을 수 있는 경제위기 국면에선 2등주의 실적이 크게 감소했던 만큼 경기가 회복되는 과정에서는 더 높은 실적증가율을 보인다는 것이다.

대신증권 박중섭 연구원은 “2008년 이후 금융·경제위기에서 2등주의 매출과 영업이익의 감소폭이 컸고 그만큼 주가도 급락했다”며 “이런 기저효과가 역으로 실적과 주가에 반영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NH-CA자산운용 손경익 전무는 “대부분 펀드가 주로 1등주에 투자하지만 수년간 움직임을 시뮬레이션해 보니 되레 2등주가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시가총액 측면에서 몸집이 가볍다 보니 경기가 회복하는 국면에서 더 민감하게 실적 호재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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