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사 인턴 거치면 대기업·금융사 취업 척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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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원 리스크컨설팅코리아 이사(왼쪽에서 둘째)가 인턴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실무 위주의 내실있는 이 회사 인턴 교육은 인턴 수료생들의 높은 취업률로 이어지고 있다. [김도훈 인턴기자]

‘독서실’ 같았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32명의 인턴이 노트북으로 문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조용한 가운데 자판 두드리는 소리만 날 뿐이었다. 칠판에 적힌 공지사항이 눈에 띄었다.

‘1. 8시50분까지 출근, 9시 업무 시작. 2. 사적인 용도로 인터넷 사이트 검색하거나 메신저 프로그램 사용 금지. 3. 쉬는 시간 엄수. 4. 잡담 금지. 5. 평가 기준(업무 70%, 1~4번 항목 준수 여부 30%)’.

인턴 한 명이 손을 들었다. 그러자 사무실 앞에 앉아 있던 직원이 인턴에게 다가가 속삭이듯 설명해 준다. 직원은 “‘선도’와 ‘선물’의 차이가 뭔지 묻는 질문에 대해 답해 줬다”고 말했다.

임직원이 5명뿐인 작은 기업에서 인턴을 한 이들이 대기업에 척척 입사해 화제다. 기업 재무구조 분석을 통해 가치·리스크를 평가해 주는 리스크컨설팅코리아라는 회사다. 이 회사에서는 2006년부터 매년 30~40명의 인턴을 뽑는다. 현재까지 137명이 인턴을 마쳤다. 이 중 절반쯤인 69명이 현재까지 삼성전자·미래에셋증권·외환은행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 및 금융사에 취업했다.

‘바늘구멍 뚫기보다 더 어렵다’는 취업난에 이만한 성과를 거둔 비결은 ‘실무 집중 교육’이다. 회계학 관련 수업을 들은 대학생을 뽑아 석 달 동안 기업 재무 분석자료를 입력하고 이를 분석하는 일을 시킨다. 매년 상반기 한두 달에 걸쳐 기업의 감사보고서를 정리해야 하는 회사 입장에서도 인턴의 손길은 요긴하다. 이 회사 이정조 사장은 “경영학·회계학을 전공했다는 학생들이 기업 재무제표도 제대로 볼 줄 모르더라”며 “인턴으로 들어오면 10일 동안 기업재무분석 전문가에게 교육시킨 뒤 곧바로 실무에 투입한다”고 말했다.

대우는 확실하다. 월 100만원의 급여에 근무시간을 넘길 경우 초과 근무 수당까지 챙겨 준다. 이 사장은 “주기적으로 성과를 평가해 기준에 미달하는 사람은 퇴사를 권고한다”고 말했다. 이 사장이 직접 수시로 3~4시간씩 강의도 한다.

인턴 유지은(23·여·성균관대 경영학과)씨는 “작은 기업이라 스스럼없이 모르는 것을 묻고 배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이름만 좇아 대기업 인턴에 지원했다가 실망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며 “내실 있는 인턴 교육은 취업 시장에서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다”고 했다.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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