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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친화적 집 짓기로 농촌 되살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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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이장’이 시행한 한울마을에는 20가구가 살지만 현지 주민은 두 가구밖에 없다. 나머지는 도시 사람들이 들어와 정착한 소위 ‘귀촌마을’이다. 한울마을엔 단독형 4채와 연립형 16채 등 20채의 주택이 있다. 이 집들은 환경친화적이다. 목재 구조에 황토 벽돌로 지어졌고, 태양광발전과 태양열 이용 시설을 도입했다.

최근 뜻있는 건축가들이 전국 곳곳에서 환경친화적 집 짓기를 주도하고 있다. 강원도 인제군에는 혼자 사는 노인들이 거주하는 ‘여럿이마을’이 있다. 이 마을의 집들은 건축가 주대관씨의 작품이다. 태양열로 난방하고, 열교환기를 설치해 환기가 잘 되고, 에너지 비용이 매우 적게 들도록 설계됐다. 건축가 이종혁씨는 충북 영동군에 ‘백화마을’이라는 공동체 마을을 계획하고 있다. 주택은 볏짚과 황토를 주재료로 한 이른바 스트로베일 하우스다. ㈜금성건축은 농어촌공사의 의뢰로 ‘농어촌 저에너지 친환경 표준주택’을 개발 중이다. 이런 시도의 공통점은 목재·흙 등 자연재료를 쓰고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해 쾌적하고 경제적인 집을 짓는 것이다.

농촌의 집 짓기가 하나의 경향이 돼 농촌을 살리고 국토의 균형 발전을 이루기 위해선 그 집이 노년의 삶에 적합해야 한다. 직장과 자녀 교육에 얽매인 젊은 사람들보다는 퇴직 후 새 삶을 준비하는 노년층이 농촌을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 사회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년층이 농촌에 정착하려면 안전하고 쾌적하고 유지비가 적게 드는 주택을 마련해야 한다. 이 조건에 들어맞으면서 건강에 좋고 정서적으로 친근한 주택을 공급하는 게 환경친화적 집 짓기다. 최근의 환경친화적 집 짓기 사업이 우리 국토에 수준 높은 삶의 공간을 고루 분포시키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한필원 한남대 건축학부 교수·ATA 대표

*본 난은 16개 시·도 50명의 오피니언 리더가 참여하는 중앙일보의 ‘전국열린광장’ 지역위원들의 기고로 만듭니다. 이 글에 대한 의견은 ‘전국열린광장’ 인터넷 카페(http://cafe.joins.com/openzone)에 올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