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국제자금, 한국은 비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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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11월 들어 국제자금이 달러 약세를 피해 아시아 투자 펀드로 몰리고 있지만 한국 증시로는 좀처럼 흘러들지 않고 있다.

29일 국제펀드 정보업체인 AMG데이타에 따르면 11월 들어 4주간 한국 관련 국제 펀드에 유입된 자금은 72억4000만달러(약 7조6000억원)에 이른다. 국제 신흥시장에 투자하는 글로벌이머징마켓펀드(GEM)에 17억달러, 미국 이외 각국 증시에 투자하는 인터내셔널펀드와 아시아(일본 제외)펀드에 각각 52억달러와 3억달러가 유입됐다. 지난 9월과 10월의 순유입액보다 세배가량 늘어난 규모다.

결국 신흥시장 증시에 7조원이 풀린 셈이지만 한국에선 외국인들의 매도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1조5000억원)보다 규모는 줄었지만 외국인은 11월에도 2500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지난주 대만 증시에서도 8800만달러(약 930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았다.

미래에셋증권 안선영 선임연구원은 "30일 MSCI의 대만 증시 비중 확대가 마무리됨에 따라 외국인들이 아시아 증시에서 마땅히 투자할 곳을 못 찾고 있다"며 "각국의 환율 움직임에 따라 단기적으로 자금이 쏠리는 부동화 현상이 뚜렷해졌다"고 분석했다. 최근엔 고정환율제 폐지 가능성이 언급된 말레이시아에 외국인 자금이 몰리면서 지수가 870선에서 912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한화증권 이상준 책임연구원은 "싼 이자로 달러를 빌려 신흥시장에 투자하는 단기성 투기자금(헤지펀드)의 비중이 점차 늘면서 외국인의 투자성향도 바뀌고 있다"며 "치고빠지는 단기 투자로 인해 각국 증시와 외환시장, 원자재시장 등이 춤추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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