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냉장고 없어 못판다… 냉장고 누를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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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김치냉장고를 사러 집 부근 가전양판점에 들른 주부 김연주(38.서울 강남구 대치동)씨는 주문 후 최소 3일은 기다려야 한다는 직원의 말에 맥이 풀렸다. 그러나 이달 중순이 되면 물량이 달려 배달까지 2주 정도는 걸릴 것이라는 설명에 얼른 예약을 해버렸다.

하이마트 구매담당 배상화 과장은 "제품에 따라 약간씩 다르지만 주문 후 배달까지는 3~4일이 걸린다"며 "올들어 유난히 김치냉장고를 찾는 고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김치냉장고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냉장고의 보조제품 정도로 인식되던 김치냉장고가 독자적인 가전제품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김치냉장고는 연평균 60% 이상 신장하고 있어 올해는 판매대수 면에서 냉장고를 누를 전망이다.

◇ 쑥쑥 크는 김치냉장고 시장=백화점은 재고부담을 없애기 위해 전자제품을 직접 구입하지 않고 임대매장 형태로 운영한다. 그러나 물량이 부족한 김치냉장고만은 예외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만도공조의 김치냉장고 딤채를 지난해와 비슷한 1천대를 주문했다. 그러나 물량이 금방 동나자 1천5백대를 추가로 주문했고 그것도 모자라 1천대를 더 주문할 계획이다.

이 백화점의 김선중 과장은 "재고가 거의 없을 정도로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며 "유통업체마다 김치냉장고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특히 올들어 1백50ℓ급 이상의 대형 김치냉장고가 잘 팔리고 있다. LG전자의 2백ℓ급 모델의 경우 주문이 밀려 최소 1주일은 기다려야 한다. 만도공조의 딤채도 지난해에는 1백20ℓ급에서 올해엔 1백50.1백80ℓ급이 주력 제품으로 자리잡았다. 이에 따라 만도공조 아산공장은 10월 초부터 4백60여명의 생산직만으로 부족해 1백40여명의 관리직까지 생산에 동원하고 있다.

김치냉장고가 첫선을 보인 것은 1995년. 만도공조가 4천여대를 팔아 시장이 형성되자 삼성.LG전자도 잇따라 시장에 뛰어들었다. 업계에선 올해 시장 규모를 지난해보다 30% 가량 늘어난 1백20만대로 추산하고 있다. 판매액도 처음으로 1조원대를 돌파할 전망이다. 업계에선 만도공조가 시장의 50% 가량을 차지하며 독주하고 있는 가운데 LG.삼성.대우전자 등과 일부 중소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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