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죽은 실업고 '기' 살아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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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광주시내 13개 실업계 고교는 1차모집에서 모두 정원을 채웠다.1996년 이래 처음이다.

실업계 특성화고교인 경기도 하남 한국애니메이션고교의 내년도 신입생 모집 경쟁률은 9대1을 넘겼다.

정원 확보조차 어렵던 실업고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특히 조리 ·미디어 등을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특성화고교의 경우 치열한 경쟁률을 나타낸다.

대학 졸업생들도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요즘 실업고들은 높은 취업률을 기록하기 때문이다.취업 대신 진학을 원하더라도 대학 문이 넓어져 일반계고를 굳이 선택할 필요가 줄어드는 것도 이유다.

◇지원 증가=광주시내 13개 실업고는 내년도 신입생 모집을 지난달 일찌감치 마쳤다.예년에는 대부분 인문고 합격자 발표가 끝난 뒤인 2월까지 2,3차모집을 해야했었다.

대전시내 13개 실업계 고교(4천8백30명 모집)에도 4천9백38명이 지원,미달 학교가 한 곳도 없었다.경기도 내 1백31개 실업고의 평균 경쟁률은 지난해보다 0.13%포인트 높은 1.16대1이었다.

특성화고교들은 몰려드는 지원자들로 즐거운 비명이다.최근 마감된 경기도 내 6개 특성화고의 신입생 원서접수 결과 시흥의 한국조리과학고가 3.95대1을 기록하는 등 평균 3대1이 넘는 경쟁률을 보였다.

충남지역 5개 특성화고 가운데 2곳이 지난 3월 입학식 때까지도 정원을 채우지 못했으나 내년도 신입생 모집에선 모두 정원을 넘겨 평균 경쟁률이 1.18대1이다.

실업계 지원 학생들의 학력도 높아져 광주전자공고에서 내년도 신입생 합격자들의 내신성적을 분석한 결과 70%가 인문계 고교 합격선에 들었다.경기도 실업고 지원자의 내신성적은 지난해보다 10% 높게 조사됐다.

◇넓은 진로=실업고가 각광받는 것은 대졸자들도 부러워할 만큼 높은 취업률 덕분이다.

광주전자공고의 경우 3학년 6백3명 중 취업 희망자 4백5명 전원이 삼성전자·한국알프스 등에 취업이 확정됐다.나머지 1백98명은 대부분 대학 진학 예정자들이다.

부산자동차고도 1백% 취업이 확정됐다.

대학 진학도 점차 쉬워지고 있다.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달 초 현재의 실업고 1년생이 대학에 진학하는 2004년부터 이들이 4년제 대학 동일계열 학과를 지망할 경우 정원의 3% 이내에서 실업계 학생끼리만 경쟁해서 입학할 수 있는 ‘실업교육 육성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밖에 학교마다 실업고를 살리기 위해 많은 장학금 혜택을 주는 것도 매력이다.

정찬민 ·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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