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원자바오 총리 "위안화 절상 당분간 없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력이 세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총리와 중앙은행의 고위 당국자가 당분간 위안화의 재평가(절상)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중국의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외부의 압력으로 환율을 조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29일 보도했다.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3' 정상회의 참석차 라오스를 방문 중인 원 총리는 "(위안화 절상을 예상한) 투기 자본이 몰려온 상황에서 환율을 조정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원 총리는 이어 "미국이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미국 측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원 총리는 위안화를 절상하기 위한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거시경제 환경이 안정되고 ▶위안화를 안정시킬 적절한 계획이 마련되고 ▶투기세력이 잠잠해져 정책 시행의 타이밍이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중국이 1997년 아시아의 금융위기 때 위안화 환율을 조정하지 않은 것이 아시아 경제가 어려움에서 벗어나는 데 기여했다"면서 "환율 정책을 바꿀 때는 중국 인민의 이익뿐 아니라 세계 전체의 이익도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뤄구(李若谷) 인민은행 부행장도 베이징청년보와의 인터뷰에서 "위안화 환율은 경제상황에 따라 바뀌어야 하지만 구체적인 시간표는 없다"고 말했다.

중국의 위안화 환율은 97년 이후 '1달러=8.28위안'으로 사실상 달러화 환율에 고정돼 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지난 20일 제12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후진타오 국가주석을 만나 "미국은 양국이 공정하고 동등한 관계를 만들기를 바란다"며 위안화 절상을 우회적으로 요구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중국 정부가 조만간 위안화를 절상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해 왔다.

장세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