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3백리 도보환경 탐험' 보고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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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직접 걸으면서 체험하고 측정한 서울의 환경오염도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발암물질인 벤젠이 대기 중에 상당량 떠다니고 도로변 소음은 상업지역 기준인 70데시벨(㏈)이하인 곳을 찾기 어려웠다. 이같은 결과는 서울환경운동연합이 지난달 4~8일 실시한 '서울 3백리 도보 환경탐험'을 통해 나왔다.

◇ 환경 체험=휘발성 유기화합물(VOC) 가운데 벤젠의 농도는 4.5~6.2ppb(ppb=㎥당 1㎎), 평균 5.4ppb로 측정됐다. 이는 유럽연합(EU)의 권고치를 3.6배 초과한 수치다. 도로변 65곳에서 측정한 소음도 역시 주택가 네곳을 제외한 지점에서 70㏈을 초과했다.

중랑천 하류의 총 질소는 3.8ppm으로 5급수 기준(1.5ppm)보다 약 2.5배 높았다. 탐험에 참가한 박종학(63.마포구 공덕동)씨는 "방독면을 착용했는데도 불구하고 3호터널을 걸어서 나와 보니 얼굴에 시커먼 먼지가 묻어 있었다"고 말했다.

환경연합 박웅준(朴雄俊)조사팀장은 "직접 걸어다니면서 체험해보니 생각보다 서울의 환경오염이 심각했다"며 "앞으로도 이같은 도보 환경탐사를 지속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조사의 정확성이나 엄밀성으로 볼 때 신뢰할 만한 결과는 아니지만 환경 개선에 참고하겠다"고 말했다.

◇ 장애.자전거 체험=계량화할 수는 없었지만 탐험에 참가한 팀원들은 한결같이 여전히 서울의 장애인 시설이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울퉁불퉁한 보도블록 때문에 휠체어의 방향 잡기가 어려웠고, 지하철 길음역에서는 장애인 시설을 찾을 수 없어 체험을 포기하기도 했다.

환경운동연합 이철재 간사는 "자전거 체험 때는 인도로 다니자니 보행자들이 위험했고, 차도로 다니자니 차가 지나갈 때마다 자전거가 심하게 흔들려 위험했다"고 말했다.

◇ 탐험 일정=5명으로 구성된 탐험대는 중랑구 묵동 중랑천~난지도 매립지~남산 3호터널~양재천.탄천~강서구 마곡동 가양하수처리장 구간을 4박5일간 탐사했다.

대기오염과 소음도는 측정기를 탐사기간 내내 몸에 부착하고 다니는 방식으로 측정했고 수질은 중랑천.양재천 등의 물을 직접 떠서 분석했다. 또 노숙 생활을 체험하기 위해 지하철역이나 공원 화장실 등에서 잠을 잤으며 휠체어를 타거나 안대를 쓰고 장애인 체험을 실시했다.

강찬수.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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