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레이더] '넉넉한 수요'로 환율하락 버티는 증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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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증시가 다시 박스권에 갇혔다.

11월 종합주가지수는 850~880 사이를 오르내리고 있다. 환율 급락이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주가는 오를 만하다가도 환율 충격을 받고는 주저앉기를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되레 증시의 버티는 힘에 눈길이 간다.

이달 들어 원.달러 환율이 1119원에서 1046원으로 수직 낙하했는데도 주가가 박스권에 머물고 있는 것을 보면 증시로선 선전한 것으로 봐야 한다. 환율이 급락할 때마다 충격을 받으면서도 증시는 금방 추슬러 일어나는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

시장의 뒷심은 역시 넉넉한 주식 투자 수요에서 나온다. 연말 배당투자가 탄탄한 매수세를 형성하고 있고, 인기 상종가인 적립식 펀드를 통해 들어오는 돈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기업들의 탄탄한 실적도 무시하지 못할 요인이다. 내년 경기가 올해만큼 좋지는 않겠지만 기업들이 올해 거둔 실적은 그 자체로도 주식 투자자에겐 매력적이다. 기업들이 배당을 하든, 자사주를 사든 주주들에게 돌아올 몫이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의 시장은 이처럼 시장을 받치는 힘과 환율 충격이 팽팽하게 맞서 있다고 할 수 있다. 시장의 움직임은 결국 어떤 힘이 센가에 좌우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주에 쏟아질 경제지표는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산업생산과 경기선행지수(29일), 11월 수출(12월 1일) 등이 다시 한번 실물경제의 모습을 드러낼 것이기 때문이다.

지표가 나빠지면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시장은 환율 충격을 감당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그 반대라면 시장은 새로운 응원군을 얻을 것이다.

미국에서도 11월의 소비자신뢰지수와 실업률 등 중요한 거시 지표들이 발표된다. 미국 증시는 크든 작든 이들 지표의 영향을 받는다. 최근 우리 증시 분위기가 미국 증시 움직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감안하면 이 지표들도 꼼꼼히 살펴봐야 할 것 같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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