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한·미 정상, 강력한 대북 제재 합치된 의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How are you, my friend?”(친구여, 안녕하십니까?)

18일 오전 9시(한국시간) 이명박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첫 인사는 이랬다고 한다. 천안함 침몰 사건의 조사 결과 발표를 이틀여 앞둔 한·미 두 정상의 전화 통화는 25분여에 불과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백악관이 밝힌 대화 내용엔 ‘2인3각’ 공조 기류가 군데군데 묻어났다. 두 정상은 먼저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공격에 의한 것임을 확인했다.

청와대 측이 발표한 보도자료에는 “두 정상은 북한이 호전적인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명시돼 있다. 20일께로 예정된 천안함 침몰 원인 조사 발표 이전에 이뤄진 통화인 데도 불구하고 이미 양국 정상은 ‘천안함 공격자’로 북한을 기정사실화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조사 결과가 발표된 뒤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에 착수하겠다는 합치된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두 정상이 나눈 대화의 가장 큰 화두는 ‘국제 공조’였다. 전화 통화가 끝난 뒤 한·미 양국이 조율해 내놓은 발표 문안엔 빠졌지만 이 대통령은 “6자회담 참가국들에 대해 사전에 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며 “한·미 간 공조는 물론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다른 나라의 협력을 얻도록 미국도 적극 협조해 달라”고 하자, 오바마 대통령은 공감을 나타냈다고 정부 당국자는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두 정상의 대화 중엔 ‘각국의 의견에 혼선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대화도 오갔다”며 “한국과 미국은 물론, 특히 중국을 포함한 관계국들이 모두 ‘한 배를 타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룬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의 통화에서 ‘중국’이란 특정 국가가 언급됐는지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국제 공조’를 강조한 두 사람의 대화는 천안함 국면에서 선뜻 한국 정부의 손을 들어주지 않고 있는 중국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두 정상 간 전화 통화의 또 다른 키워드는 ‘한·미 동맹’이었다. 이 대통령은 “천안함 사태는 한국 국민들이 한·미 동맹의 가치를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청와대 측은 “두 정상은 천안함 사태에 대한 대응과 동맹 강화를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전시작전권 이양 시기 연기 같은 구체적 현안을 논의하진 않았지만 한·미 동맹 강화에 대한 의지 표명 자체가 ‘가해자인 북한’이나 관련국에 주는 압박 효과가 작지 않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두 정상은 향후 대응조치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눴지만 내용이 공개되지는 않았다. 다만 청와대는 보도자료에서 “북한이 안보리 결의에 따른 국제 의무를 준수하고 핵무기 프로그램을 폐기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발표했다. 유엔 안보리를 통한 북한 제재 문제가 논의됐다는 의미다.

서승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