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납품단가 너무 짜다" 대기업 "기술 없이 돈만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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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경기도 안산공단에서 항공기 부품을 만드는 한 중소기업은 납품단가가 10년째 묶여 있다고 불만이다. 재료비와 인건비 등은 올라가는데 발주 업체는 이를 전혀 반영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회사 측은 "'울며 겨자먹기'로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국내 굴지의 한 컴퓨터 조립 업체는 부품 업체에 불만이 많다. 품질이나 기술은 중국 제품과 별 차이가 없는데도 납품 단가가 비싸기 때문이다.

이 회사 측은 "정부가 해외 부품 사용을 규제하고 있어 어쩔 수 없이 국산 부품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대기업과 협력업체 간의 입장 차이가 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경영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28일 내놓은 '하도급 거래 공정화 과제 인식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기업은 대기업들이 짜다고 불만이고,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기술력이 미흡한데도 돈만 많이 달라고 요구한다고 맞섰다. 전경련의 이번 조사에는 300대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중 152명, 수도권 중소기업 CEO 252명이 응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은 '지나친 납품단가 인하 요구 지양'(56%)을 대기업에 가장 많이 요청했다.

그 다음으로 ▶대금 지급 방법 개선(16%)▶거래관계의 일방적 변경 지양(12%)▶지나치게 까다로운 요구조건 지양(8%) 등을 꼽았다.

반면 대기업들은 세 기업 중 한 곳 꼴로 중소기업의 미흡한 기술과 품질 수준을 지적했다(35%). 또 원가 절감 노력 강화(21%)와 납기 준수(19%), 적정수준을 넘어서는 지나친 수익 요구 지양(12%) 등을 차례로 중소기업에 희망했다. 전경련 김보수 차장은 "중소기업은 채산성 확보를 중시하는 반면 대기업들은 기술과 품질에 비중을 두고 있어 상호 간의 이해 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대기업 89%와 중소기업 60%가 하도급 거래는 공정한 편이라고 응답해 대기업.중소기업 간의 하도급 계약 체결 과정과 대금 지급 방법 등에 대해선 큰 불만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욱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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