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 '우리 아이 큰 키 만들기'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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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 아이들의 키에 대한 부모의 욕심은 학업성적에 대한 욕심 못지 않다. 전문가들은 키 키우는 비방이나 운동에 현혹되면 안 된다고 지적한다. 사진은 서울 덕수초등학교 학생들이 선생님과 함께 키를 재보는 모습. 변선구 기자

롱다리의 늘씬한 팔등신 체격이 이상형으로 인식되면서 자녀의 키를 조금이라도 더 키우겠다며 욕심을 부리는 부모가 많다.

또 이들의 욕구에 편승, 키를 크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각종 약.시술.운동기구 등이 요술방망이처럼 선전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아산병원 소아과 유한욱 교수는 "키를 크게 한다는 각종 비방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사춘기를 앞당겨 당장엔 키가 훌쩍 크는 듯 보이지만 결국엔 성인이 됐을 때 최종 신장을 줄이는 결과를 초래하는 방법도 있으니 절대 현혹되지 말라"고 당부한다.

◆ 성장 생리부터 알자=최종 신장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유 교수는 "생김새처럼 키도 부모를 닮는다는 점을 인정하라"고 강조한다. 자녀에게 키 욕심을 내기 전에 우선 내 아이가 성인이 됐을 때 어느 정도까지 자랄 가능성이 있는지부터 확인해 보라는 것이다.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환경 요인은 영양이다. 같은 민족이지만 남북의 또래별 키 차이가 심하게 나는 게 단적인 예다. 통상 50㎝ 전후로 태어난 신생아는 처음 2년간 가장 많이 자란다(37.5㎝ 정도). 따라서 이 시기 영양상태는 최종 신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서울대병원 소아과 양세원 교수는 "성장기 어린이는 단백질을 비롯해 각종 영양소를 '골고루' 먹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몸에 좋다고 한 종류 음식을 많이 먹이지 말라는 것. 실제 성장.발육에 좋다며 우유를 하루 1ℓ씩 먹인 결과 고지혈증.빈혈 등이 생겨 병원을 찾는 어린이도 있다. 양 교수는 "성장기 어린이에게 적당한 우유 권장량은 하루 한두 잔 정도"라고 들려준다.

두 돌에서 사춘기 이전까지는 매년 4㎝씩 자라야 한다. 6개월에 한 번씩 키와 몸무게를 재서 2㎝ 이상 자라야 정상이다.

사춘기가 시작되면 키가 급성장한다. 참고로 여자의 사춘기는 10~12세로 이때 가슴이 나온다. 남자는 이보다 2년쯤 뒤(12~14세) 고환이 4㏄(남자 중지 끝 마디 크기) 이상 되면서 시작한다.

이 시기엔 매년 6~8㎝씩, 많게는 남자 10㎝(7~12㎝), 여자 9㎝(6~11㎝)까지 자란다. 통상 여자는 초경 시작 후, 남자는 겨드랑이 털이 난 이후 3년간에 걸쳐 해마다 2~3㎝→1~2㎝→1㎝쯤 자라다가 성장이 멈춘다.

◆ 치료가 필요한 작은 키=의학적으로 작은 키(저신장)는 같은 또래, 같은 성별 어린이 중 '3% 이하'인 경우다. 한 반에 한두 명 정도가 여기에 해당한다. 뼈나이(bone age.골연령)도 확인해야 한다. 통상 뼈나이는 왼쪽 손목의 뼈 발육 상태와 성장판이 닫힌 정도 등을 통해 알 수 있다. <사진 참조>

성장속도도 중요한데 1년에 4㎝ 이하로 자라면 치료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 성장호르몬 치료=현재까지 키 크는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된 유일한 치료법은 성장호르몬 투여다. 단 치료대상이 되는 아이도 성장판이 닫히기 전에 치료를 시작해야 효과를 본다.

최근 관심을 끄는 치료 대상은 질병이 없는데도 선천성으로 저신장인 경우. 유 교수는 "체질적인 이유로 키가 또래의 '3% 미만'이고 성인이 돼도 3% 미만일 것으로 추정되는 '유아~사춘기 이전'의 어린이가 대상"이라며 "이 경우 성장호르몬을 3년 이상 투여해 5~6㎝ 키울 수 있다"고 밝힌다. 치료하지 않았을 때에 비해 첫해엔 3~5㎝, 2년째엔 2~3㎝, 3년째 1㎝ 정도 더 자란다.

단 주사를 끊으면 반동적으로 이듬해에 키가 덜 자랄 수 있으므로 적어도 3년 이상은 치료해야 한다.

그렇다면 3% 이하에 속하지는 않지만 작은 편인 아이들도 성장호르몬 치료가 도움이 될까. 유 교수는 "1주일에 6일간 피하주사를 맞아야 하고 비용도 고가(1년 1000만원 이상)라 치료 결정은 전문가에게 정밀 진찰과 검사를 받은 후 내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황세희 전문기자.의사 <sehee@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 성장판 닫히기 전·후

성장호르몬도 성장판이 닫히기 전인 유아기~사춘기 이전 어린이에게 투여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왼쪽 사진은 모든 뼈의 관절 말단 부위에서 성장판(화살표)이 확인되는 10세 남자아이의 손 뼈. 오른쪽은 이미 성장이 끝나 성장판이 보이지 않게 된 18세 청년의 손뼈.

*** 성장호르몬 치료가 꼭 필요한 어린이

1. 성장호르몬 결핍증

2. 만성 신부전

3. 터너 증후군*

4. 자궁 내 성장 지연이면서 현재 키가 또래의 하위 3% 미만

5. 체질성(유전적) 혹은 지연성 저신장

6. 프레이더-윌리 증후군**

※이런 아이들은 키가 1년에 2㎝ 미만으로 자랄 때까지(성장 종료)계속 치료해야 함.

*성 염색체 이상, 성선 발육 이상(무월경.불임)과 저신장이 나타남(방치하면 성인이 돼도 키가 143㎝ 이하)

**15번 염색체 이상, 발달 장애, 비만, 성선 발육이상, 저신장 등이 나타남

*** 왜 키가 작을까?
1. 선천적 요인

<특징>

-키 작은 원인이 태아기 때부터 있음

-출생 후에도 성장 장애가 지속됨

-뼈 나이와 실제 나이가 같다

<종류>

-유전적 저신장:부모의 키가 작다

-자궁 내 성장 지연:만삭인데도 출생시 체중이 2.5㎏ 이하, 태아 감염, 임산부 질병 등이 원인

-염색체 이상:터너 증후군 등

-선천성 대사 장애

-여러가지 기형과 저신장을 동반하는 증후군들

-골격 형성 장애

2. 환경적 요인

<특징>

-환경적 요인에 의해 후천적으로 키가 안 자람

-뼈 나이와 실제 나이가 다르다

-원인(질병)이 치료되면 작은 키가 교정될 수 있음

<종류>

-체질성 성장 지연(늦게 자람):사춘기가 늦음, 대부분 부모도 성장 지연이 있음, 최종 성인신장은 정상

-영양 결핍

-만성 질환:만성 신부전, 만성 설사병 등

-정신적 학대(정서 장애)

-내분비 질환:성장호르몬 결핍증, 갑상선 기능저하증 등

자료:'소아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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