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노트] 해외쇼핑사이트 한국 명칭 표기 엉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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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며칠 전 미국의 유명한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에 책을 주문할 일이 있었다. 그런데 주소를 적다 보니 '국가'란에 'Korea,Republic of'와 'Korea(South)'가 함께 적혀 있었다.

둘 다 우리 국명인데 왜 같이 적어 놓았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어 아마존 본사에 e-메일을 띄웠다. 이에 대한 아마존 측의 대답은 놀라웠다.

"'~Republic'을 선택하면 북한으로 배송이 된다"는 것이었다.

우리 나라의 공식 명칭은 '대한민국', 영어로 'Republic of Korea(ROK)'다. 북한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DPRK)'로 불린다. 북한이 ROK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아마존 측의 답변을 듣고 당황스러워 다른 해외 주요 사이트들을 뒤져봤다.

국제 배송을 해 주는 대형 백화점이나 서점, 음반.장난감.의류.전자제품 쇼핑몰 25개 중 북한을 ROK라고 표기한 곳이 네 군데나 더 있었다. 한반도가 3국 분할이라도 된 듯 ROK, DPRK, South Korea가 동시에 올라 있는 사이트까지 있었다.

한 장난감 쇼핑몰이 Republic of South Korea라고 올려 놓은 건 차라리 애교였다. 이들 중 우리 국명을 ROK로 표기한 곳은 다섯 군데에 불과했다. 사람들이 쉽게 알 수 있게 일부러 바꿔 놓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너무나 기막힌 현실이었다.

우리 선조들은 이름이 사람의 운명에 영향을 끼친다고 보고 이름 한자를 짓는 데도 심혈을 기울였다. 함부로 개명을 하거나 이름이 잘못 불리는 걸 극도로 꺼렸다.

우리 국명이 애초 Corea에서 Korea로 바뀐 것은 일본이 우리를 자신들의 국명보다 알파벳 순서상 뒤에 놓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많다.

올림픽 개막식 때 알파벳에 따른 입장 순서를 놓고 국가간 신경전이 벌어지는 예도 흔하다. 그 정도로 민감한 것이 국명이다. 그런데 우리의 이름은 인터넷에서 이토록 어지럽게 난립하고 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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