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주식 보유 재벌 금융 · 보험사 의결권 30%까지 행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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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재벌 계열 금융.보험사들이 계열사 주식의 최대 30%까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은행.투신.보험사들이 고객 돈으로 계열사에 출자해 지배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공정거래위는 이런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27일 밝혔다. 현행 규정으론 금융.보험사가 계열사 주식을 소유할 수는 있지만, 의결권은 사실상 행사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공정위는 지난 8월 입법예고한 대기업 규제완화 방안에서 '계열회사의 동일인측 총지분율이 30% 미만인 경우'에만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행사를 허용하기로 했었다. 대형 우량 상장 기업의 외국인 지분이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에서 경영권이 위협받을 소지가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예컨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에선 '특수관계인과 합해 30%가 넘지 않는 범위 안에서'의결권 행사를 허용하기로 문구를 수정했다.

당초 안으론 재벌 계열 금융회사들이 오너 등의 지분을 합해 다른 계열사의 지분을 60% 갖고 있을 경우 30%가 넘기 때문에 금융회사가 갖고있는 지분의 의결권을 전혀 행사하지 못한다.

그런데 바뀐 개정안으론 오너 등과의 지분을 합해 30%까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이것으로 경영권 방어가 가능해진다.

공정위 관계자는 "금융.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의결권 제한이 완화돼도 은행법, 보험업법 등 개별 금융기관 법이 출자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지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 외국인 투자가 늘면서 우량기업의 지배권이 넘어갈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작용해 규정을 바꾼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개정안에는 내년 4월 이후 출자총액제한을 받는 기업집단(자산 5조원 이상)들이 순자산의 25%를 초과하는 출자분에 대해 의결권 제한 규정을 어기고 의결권을 행사할 경우 해당주식 취득가격의 10%까지 과징금을 매기는 내용이 들어갔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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