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책 낸 심원철 변호사 ‘안전한 당선’의 길 찾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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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원철 변호사는 “현행 공직선거법 아래선 후보들이 선거운동을 안전하게 하는 게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사례로 엮은 공선법 해설 책을 냈다. [조영회 기자]

#1 2008년 총선 때. 울산에서 국회의원에 재선된 윤모씨는 허위사실을 선거운동 기간 알렸다는 이유로 벌금 150만원 판결을 받고 당선이 무효화됐다. 그는 자신의 노력으로 울산고속도로 통행료가 없어졌다고 지역주민들에게 알렸다. 그러나 실제로는 윤씨로부터 통행료 폐지를 요구받은 당시 건설교통부 공무원은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분명히 밝힌 상태였다.

#2 무주군수를 지낸 김모씨는 2008년 전주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그러나 주민들과 저녁 식사와 술을 먹고 노래방까지 간 게 화근이 됐다. 김씨는 자신의 운전기사로 자원봉사하는 이씨가 대신 모든 비용을 지불해 안심했었다. 이씨는 “후보자 김씨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주장했으나 법원 판단은 달랐다. 이씨가 지불한 돈을 이씨 돈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6·2지방선거 후보등록이 끝났다. 본격적인 선거운동 시작(20일)을 이틀 남겨둔 시점이다. 후보들은 13일간 자신을 알려 유권자 표심을 이끌어 내야 한다. 시일이 촉박하고 마음은 급하다. 공직선거법(공선법)에 어긋나는 선거운동 행위가 벌어질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천안 신부동의 신아법무법인 천안지사 심원철 대표변호사(44)는 지난달 『사례 중심 공직선거법 해설』(등명출판사)을 펴냈다. 책의 부제를 ‘안전한 당선의 길잡이’로 달았다. “공선법을 완벽하게 지키면서 유권자에게 자신을 알리는데 한계가 있다. 그래도 어쩌겠냐. 당선되더라도 무효화 되지 않으려면 법을 지켜가며 선거를 치뤄야지.”

심 변호사는 지난 1년간 꼼꼼히 공선법을 훑었다. 어떻게 이렇게 ‘해선 안 되는 것들’만 골라 놓았는지 놀라울 뿐이었다. 2008년 총선 당시 모 후보의 선거법 자문을 맡았는데 공선법이 너무 방대하고 복잡해 이 조문 저 조문을 뒤적이며 곤란을 겪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다시 고시공부하는 기분이었다. “이 답답한 법을 좀 편하게 이해할 순 없을까?” 선거법 위반 판례와 사례를 모으기 시작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법원 홈페이지에서 대표적인 사건을 검색했다. 많은 판례 중에서 100개를 골랐다. 그리고 미심쩍은 부분은 명확히 알기위해 선관위에 질의를 반복했다. 공선법에서 허용되는 선거운동의 통상적이고 의례적인 범위’를 판단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공선법이 다루는 분야가 너무 넓어 후보자측에서 관심을 가질 분야만으로 범위를 축소했다”고 말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기부행위와 선거운동 사례를 추려 중앙선관위 회신 자료와 함께 정리했다. 또 수십 쪽에 달하는 법원 판결문을 책에선 두세 쪽을 줄였다.

심 변호사는 “이 책의 목적은 ‘안전한 당선’이 되도록 후보자들을 돕는 것”이라며 “밤잠 못 자면서 몸이 파김치되도록 뛰어다니며 당선됐는데 공선법 위반으로 당선무효형이 떨어지면 그처럼 허무한 일이 있겠느냐”고 했다.

그는 자신의 책도 전적으로 믿지말라고 조언한다. 해당 판례가 각자의 사안과 똑 같을 순 없다. 당시 적용된 공선법 조항이 개정됐을 수도 있다. 우선 조문들 입법 취지를 이해하는 게 급선무다. 그리고 사회 통념과 상식에 근거해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는 “일반인에게 요구하기 힘든 주문이지만 현행 공선법 체제에선 ‘Legal Mind’를 갖추고 선거에 임해야만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어느 누구로부터 고소·고발을 당할지 모르는 살얼음판 같은 선거판이다. 심 변호사는 “후보들이 유권자와 의사 소통을 할 수 있는 합법적인 통로가 극히 제한돼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후보들이 어떻게 민의를 파악해 주민 위한 정치를 펼지 의문”이라고 공선법 ‘연구’ 소감을 밝혔다.

그는 공선법이 후보자들이 조금 숨통을 트게 하는 방향으로 개정돼야한다고 생각한다. 표를 사고 파는 행위, 상대방을 중상 모략하는 행위 등 비상식적 선거운동만 철저히 규제하고 그 다음은 유권자 판단에 맡겨야 한다. 시민들의 높아진 의식 수준을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어쩌겠냐. 선거가 코 앞에 닥쳤는데…. 공선법이 잘못됐다는 넋두리만 늘어놓을 상황이 아니다. 심 변호사는 “상식적 선거운동이 보장될 때까지는 선거운동할 때 조심할 수밖에 없다”고 당부했다.

▶책 문의=041-564-2701 

글=조한필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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