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호주에 정전위 철수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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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한이 군사정전위원회(MAC)유엔사측 멤버로 참여하고 있는 호주에 대해 조속한 철수를 요구 중인 것으로 26일 밝혀졌다.

이런 움직임은 1994년 5월 군정위 북측사무실 폐쇄조치로 본격화했다가 최근 주춤한 북한의 군사정전체제 무력화 시도가 재개되는 것으로 풀이돼 향후 움직임이 주목된다.

정부 당국자는 "지난달 23일께 중국 베이징(北京)을 비밀리에 방문한 북한군 판문점대표부 소속의 유영철 대좌(대령급)가 호주대사관 고위 관계자와 만나 이런 요청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호주측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인민무력부 부국장을 겸하고 있는 유영철은 북한과 호주가 75년 단교했던 외교관계를 지난해 5월 대사급으로 복원한 점을 내세워 호주가 군정위에 참여하는 것이 이젠 적절치 않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국자는 "북한은 지난해 7월 수교한 필리핀에 대해서도 같은 조치를 요구하는 등 대상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와 군당국은 북측이 군정위 무력화를 시도하고,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대체하자는 주장을 본격화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5명으로 짜인 군정위 유엔사측 대표단은 수석대표인 안광찬(安光瓚.육사 25기)소장을 비롯한 한국군 2명과 미국.영국군 대표 각 한명, 그리고 6.25참전국 중 호주.필리핀.태국.캐나다 등 8개국 대표가 6개월에 한번씩 순번제로 참여한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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