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의 겨울… D램값 10개월만에 3달러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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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주력 제품인 D램의 현물가격이 개당 3달러대로 곤두박질했다. 반도체 수요가 줄고 있는 반면 D램의 생산량은 늘어 공급 과잉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의 프랭크 왕 애널리스트는 "지난 35개월간의 상승커브를 그리던 D램 경기가 12~18개월 내 바닥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 주저앉은 D램 주력제품값=대만의 반도체 중개업체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25일 아시아 현물시장에서 D램의 주력제품인 256메가 400㎒ 제품 평균 거래 가격은 3.99달러를 기록했다. D램 주력제품이 4달러 밑으로 내려온 것은 올 1월 26일 이후 약 10개월 만이다. D램값은 26일에도 4달러선을 회복하지 못했다.

D램 현물 가격은 지난 4월 중순 6달러를 넘으면서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뒤 5월 초부터 계속 4달러선에서 거래됐으나 지난달 초부터 급격히 떨어졌다. D램 가격의 하락세는 우선 계절적으로 비수요기에 접어든 탓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는 통상 연말연시 선물 시즌 준비가 끝나는 11월부터 학기초 준비가 시작되는 1월까지 전형적인 비수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의 가격 하락 추세는 비수기 이후에도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공급과잉 때문이다. 세계 D램 1위업체인 삼성전자는 공정 개선을 통해 D램 생산량을 늘렸고 일본 엘피다와 대만 파워칩 등 주요 업체들도 대대적인 설비투자를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D램의 최대 수요처인 세계 PC제조업체들도 가격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구매를 늦추고 있어 가격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 반도체업체 경영에 타격없나=D램 가격 하락이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등 국내 D램업체의 경영에 얼마나 타격을 줄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가격하락이 장기화되면 수익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과 "생산공정이 개선돼 생산 비용이 크게 절감됐기 때문에 큰 타격은 없을 것"이란 시각으로 나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초 D램 가격이 개당 3달러 이하로 내려가더라도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분석을 마쳤다"고 말했다. D램이 매출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하이닉스 측도 "공정 개선으로 원가를 낮췄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장조사기관 아이서플라이의 김남형 수석애널리스트는 "D램 가격이 2.50달러까지 떨어져도 D램 제조업체들의 수익은 크게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하나증권의 이선태 애널리스트는 "내년 상반기부터는 반도체업체의 성장률이 눈에 띄게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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