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 ‘김정일 파격지원 요청’ 거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3~7일) 기간에 중국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를 넘는 대북 원조 불가’ 입장을 김 위원장에게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은 당초 중국 지도부와 함께하려던 북한 피바다 가극단의 ‘홍루몽(紅樓夢)’ 공연 관람 일정을 막판에 취소하고 일정을 단축한 채 서둘러 귀국했다는 것이다. 베이징(北京)의 한 소식통은 16일 “원 총리가 6일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열린 김 위원장과의 오찬 회동에서 ‘중국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틀 이상의 원조를 대 줄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유엔 제재를 내세운) 중국의 완고한 입장이 전달되면서 김 위원장의 방중 일정이 예정보다 짧아졌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2차 핵실험(2009년 5월) 한 달 뒤인 지난해 6월 만장일치로 1874호 대북 제재 결의안을 채택했었다. 당시 한국과 미국 주도로 추진된 이 결의안은 북한에 대한 화물 검색, 무기 금수 및 수출 통제, 금융·경제 제재를 담고 있다. 특히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도 북한의 핵실험을 비판하며 이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었다. 유엔의 대북 제재와 화폐개혁 실패로 식량난과 경제난이 가중된 북한은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 기간에 중국의 파격적인 지원을 기대했으나 중국이 유엔 제재를 내세우는 바람에 소기의 성과를 얻지 못했다는 게 이 베이징 소식통의 분석이다.

이와 관련,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은 김 위원장이 방중 기간에 베이징 체류 일정을 하루 단축했으며 이는 김 위원장의 불만 때문이라고 한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16일 보도했다. 신문은 이에 대한 정황 증거로 ▶중국 정부가 북·중 정상회담 결과를 한국·미국·일본에 설명하면서 북한에 대한 구체적 경제지원 항목과 금액을 언급하지 않았고 ▶후 주석이 내정을 포함한 정보 교환을 요청하자 김 위원장이 흔쾌히 찬동하고도 북한 매체에 이런 내용이 전혀 언급되지 않은 점 등을 제시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