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미군 유해 북 → 중 밀반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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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6·25전쟁에 참전했다 북한 지역에서 숨진 미군 유해 한 구가 최근 중국으로 밀반출돼 미국행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 소식통은 16일 “북한 관계자 등이 미군 한 명의 유골 전체와 신분증·반지 등을 유골함에 담아 중국으로 이동시킨 것으로 안다”며 “현재 이 사실이 주한 미대사관 측에 통보돼 확인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유골과 함께 발견된 신분증에 따르면 전사자는 ‘미 해병대’(USMC) 소속인 아귀르 산티아고(Aguirre Santiago)다. 그는 1930년 3월 29일생으로 51년 참전 당시 21세였다. 미 국방부 산하 합동전쟁포로·실종자확인사령부(JPAC)의 유전자 검사 등을 거쳐 신원이 최종 확인될 경우 6·25 전사 미군 유해가 제3국을 거쳐 비공식 송환되는 첫 사례가 된다.

소식통은 “유골을 수습한 북측 관계자와 반출을 도운 중개인에게 보상이 비공개리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북한이 미군유해 발굴을 철저히 관리해 왔다는 점에서 외화벌이를 겨냥한 군부나 노동당 고위층이 이번에 개입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또 북한 당국이 유해발굴 재개를 미측에 압박하려 의도적으로 반출시켰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은 1월 말 유해발굴 재개를 제안했다. 하지만 미국 측이 “6자회담 호응” 등을 강조하자 북한은 4월 5일 판문점 대표부 담화에서 “우리나라 도처에서 미군 유해가 마구 파헤쳐져 나뒹굴어도 더 이상 상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미국은 북한과의 합의에 따라 1996년부터 모두 225구의 미군 유해를 발굴했으며, 북한은 그 대가로 2800만 달러를 챙겼다. 미군 유해발굴은 2005년 북핵 위기 고조로 중단됐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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