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이창호-이세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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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白32는 黑 추상같은 공격 피한 묘수

제2보 (25~43)=25는 한줄 좁혀도 되는데 최대한 벌렸다. 그게 이세돌의 스타일이다. 한판 붙고 싶으니 얼마든지 뛰어들어 오라는 얘기다.

李9단의 장고가 이어지고 있다. 어딘가 뛰어들 장면인데 상대가 이세돌인 만큼 전쟁이 필연인지라 거듭 심사숙고하고 있는 것이다. 무려 29분 후 李9단은 26으로 돌입했다.

29분은 제한시간 3시간의 6분의 1. 이 한수로부터 이 판의 골격이 결정되기에 아낌없이 시간을 투자한 것이다.

노타임으로 두어온 李3단도 조심스럽게 템포를 늦추며 27로 씌웠다. '참고도1'처럼 밋밋하게 한칸씩 뛰어나가는 것은 아무래도 백이 편하다.

그보다는 실전처럼 우변 백과 엮어 역동적으로 싸우는 것이 이세돌다운 신랄한 수법. 28로 제압할 때 29, 31로 파고든 수가 추상같다.

"하지만 32가 교묘한 수법이었다. 위쪽의 맛이 나빠 부득이 귀를 내주고 타협하지 않을 수 없었다."(이세돌3단)

응수가 궁한 장면에서 李9단은 멋지게 예봉을 피했다. 백이 당장 '참고도2'처럼 두면 흑4의 강수를 당하게 되는데 오히려 귀에서부터 움직이자 흑이 조심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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