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뉴라운드 후속 협상 민·관 함께 나서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카타르 도하에서 지난 14일 앞으로 새 무역질서를 논의할 뉴라운드가 출범했다. 뉴라운드는 한국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한국이 이 기회를 제대로 잡으려면 민.관이 손잡고 치밀한 준비를 해야 한다. 협상국들은 모두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

각료선언문에서 채택된 의제들은 서비스.농업.공산품 관세인하 등 다양하다. 이중 한국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은 농업.서비스.반덤핑 분야다.

농업에 대한 논의는 개방정도를 나타내는 시장접근성과 국내 보조금.수출 보조금 등 세 부분에 집중됐다. 미국 등 농산물 수출국은 수출보조금 문제를 의제에 넣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유럽연합(EU)등 농산물 수입국은 이에 강하게 반대해 하마터면 도하회담이 결렬될 뻔했다.

한국이 수세에 몰렸던 보조금 철폐 문제는 추후 협상과제로 남게 됐다. 수입농산물에 대한 관세와 쿼터제한을 줄이라는 압력도 받게 될 것이다. 앞으로의 협상에서 다른 나라로부터 이 부분에 대한 양보를 받아내는 것이 한국의 최대 과제다. 수입국과 수출국이 날카롭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쉽지 않은 일이지만 점진적 개선안을 제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서비스분야는 지난해부터 공식 논의돼 왔지만 실무협상으로는 진전되지 못했다. 이번 뉴라운드 출범으로 서비스시장 접근을 쉽게 해 달라는 구체적 요구사항들이 속속 제시될 것이다. 협상 대상국들은 한국의 통신.은행.보험 같은 분야에 진출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요구할 것이다.

한국도 시장확대를 위해 다른 나라에 무엇을 요구해야 할지 구체적인 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서비스분야는 특히 '시장을 지킨다'는 수동적 자세에서 벗어나 발상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최근 수년간 한국의 많은 수출업체들은 반덤핑 조치에 큰 영향을 받아왔다. 반덤핑제도의 남용을 막자는 게 한국측 주장이었다. 그러나 미국 등은 반덤핑 협정 개정에 반발했다.

이런 미국측 입장이 받아들여져 기존 규정을 대폭 개정하기보다 문제점 위주로 개선하자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뉴라운드에서 반덤핑 협정을 전면 개정할 수 없지만 한국은 이 협정의 취약한 구조를 어떻게 공략해야 할지 전략을 짜야 한다.

도하에서 도출된 의제들은 3년 안에 협상을 마무리짓는 것으로 돼 있다. 시간이 촉박한 만큼 협상을 정부에만 맡겨둬서는 안된다. 수출시장을 제대로 아는 민간 전문가를 적극 참여시켜야 한다. 해외 무역업무의 애로사항을 잘 알고 있는 이들과 머리를 맞대고 협상에서 최우선으로 다뤄야할 의제가 무엇인지 추려내야 한다.

이번 도하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서 승인된 중국의 WTO 가입도 한국에겐 큰 변수다. 한국의 3대 교역국인 중국은 앞으로 공산품 관세를 낮추고 서비스시장을 개방하는 등 무역장벽을 낮춰야 한다. 이를 어겼을 경우 중국도 반덤핑 조치 등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한국이 기댈 언덕이다.

앞으로 수년간 한국과 중국의 경제관계는 새로운 구도를 짜나가게 될 것이다. 양국간 교역을 증대시키고 경제협력을 다지는 '윈윈 전략'이 돼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재미 법률가 김석한씨

<미 워싱턴 애킨검프 법률회사 매니징 파트너.연세대 국제대학원 특임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