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나 포함 모두 상생정치 부도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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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3부 요인과 여야 대표 초청 만찬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25일 노무현 대통령과 4당 대표, 3부 요인의 청와대 만찬에선 정국 현안에 대한 진지한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 개별회담은 아니었지만 노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첫 공식 만남이라는 점이 관심을 끌었다.

노 대통령이 박 대표와 악수를 하자 카메라 플래시가 일제히 터졌고 박 대표는 웃음을 띠며 "(외국 순방에) 고생이 많으셨다"고 인사를 했다. 다음은 주제별 대화록 요지.

◆ 경제.민생 분야

▶한나라당 박 대표="경제난이 정치권에서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하다. 대통령이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챙겨달라. 무엇보다 투자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살아나야 하는데 이를 위해 노 대통령의 경제관과 경제에 대한 인식이 가장 중요하다. 노 대통령이 시장경제에 확고한 신뢰를 표시하면 투자가 반드시 살아난다."

▶노 대통령="민생경제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국회에서 민생경제와 관련한 장.단기 법안을 만들어 통과시켜 달라.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뭔가 할 수 있도록 법을 만들어주면 좋겠다. 경제를 살리고 투자를 활성화하는 데 있어 아이디어가 없어서 내 임기만 버티는 정책은 하지 않겠다. 다음 정권이 어느 쪽이 되든 인수 후 경기정책에만 매달리는 정부가 되지는 않도록 하겠다."

▶박 대표="한나라당은 국민이 잘 먹고 잘사는 민생개혁이라면 적극 협조할 의사가 있다. 그러나 국민이 원치 않는 개혁은 국민에게 고통만 주게 된다."

◆ 정치분야

▶박 대표="지금 여당이 추진하는 4대 법안에 대해 국민이 혼란스럽게 생각한다. 입법이 무리하게 추진되지 않도록 대통령께서 신경써 달라."

▶노 대통령="국회에서 정당 간에 협의해 처리해 달라. 영수정치 시대는 끝났다."

▶박 대표="보안법 폐지도 대통령의 얘기가 있자 크게 확대됐고 여당도 폐지로 돌아섰다."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영수정치 시대가 갔다는 점은 논리적으로 맞지만 대통령은 여전히 실제로 중요한 위치다. 대통령이 정치력을 보여줘야 하는 게 아니냐."

▶노 대통령="지금까지는 나를 포함해 정치인 모두가 상생의 정치를 부도내지 않았느냐. 이런 자기반성에서 출발할 필요가 있겠다."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여당, 다수당으로서 양보하며 존중해 가겠으며 4대 개혁법안도 야당과 국민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가겠다."

▶민주당 한화갑 대표="정치 문제는 국회에서 각 정당이 합의해 처리하고 대통령은 초연하게 국정에 전념했으면 한다."

▶김학원 자민련 대표=(이부영 의장의 전언)"신행정수도는 대통령의 공약인 만큼 꼭 지켜야 한다. 헌법을 개정해서라도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이날 와인을 곁들인 중국식 만찬의 분위기에 대해 김종민 청와대 대변인은 "전체적으로 신중하고 차분하며 서로를 존중해 가면서 대화를 나눴다"고 한 반면 박 대표는 기자의 질문에 "글쎄요"라고만 답했다.

최훈.김성탁 기자
사진=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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