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군 여기자, 목숨과 바꾼 특종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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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아프가니스탄 전쟁 취재 도중에 숨진 이탈리아 여기자 마리아 그라지아 쿠툴리(39.여.사진)의 목숨을 던진 기자정신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탈리아 유력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의 기자로 현지에 파견됐다가 19일 피살된 쿠툴리는 사망 하루 전에 특종기사를 보도했다.

쿠툴리 기자는 18일 아프가니스탄의 잘랄라바드에서 외국인 기자 12명과 함께 카불로 이동하던 중 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훈련캠프를 발견했다. 위험을 무릅쓰고 캠프에 접근한 그는 독가스를 내는 '사린'이라는 화학물질의 라벨이 붙은 유리병 20여개를 발견했다.

그는 오사마 빈 라덴이 지휘하는 테러조직인 알 카에다의 조직원들이 독가스 테러를 준비하다 전황이 불리해지자 이를 급히 팽개치고 떠난 것으로 확신, 바로 기사를 송고했으며 이 기사는 즉시 1면 머리기사로 보도됐다.기사에서 쿠툴리 기자는 자신의 죽음을 예감이라도 한듯 "캠프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침묵은 무겁고 불길했다"고 썼다.

그는 카불에서 약 90㎞ 떨어진 산악도로에서 탈레반 패잔병으로 보이는 무장괴한의 총격을 받고 동행 중이던 호주.스페인 기자 3명과 함께 현장에서 숨졌다.

미혼인 쿠툴리 기자는 9.11 테러 전 중동 문제를 담당했으며 올 초 아프가니스탄 중부 바미안의 대형 석불 파괴 사건을 취재하면서 이를 주도한 탈레반과 '악연'을 맺었다.

'코리에레 델라 세라'의 페루치오 데 보르톨리 편집국장은 "비록 우리 신문이 특종을 했지만 어떠한 특종도 기자의 생명보다 귀하지는 않다"며 안타까워했고, 그의 어머니는 "아직도 딸이 살아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오열했다.

쿠툴리 기자는 20일 다른 3명의 종군 기자와 함께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으며 신원 확인 절차를 거쳐 잘랄라바드의 한 병원에 안치됐다.

지난 11일에는 북부동맹군을 동행 취재하던 독일.프랑스 종군기자 3명이 탈레반군의 기습공격을 받아 숨지는 등 이번 전쟁 취재에 뛰어든 종군기자들의 희생이 잇따르고 있다.

장세정 기자,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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