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 대신 고양이로 우황 청심원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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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멸종 위기를 맞고 있는 사향 노루로 인해 자칫 사라질 우황청심원이 고양이 덕분에 '부활'했다.

우황청심원은 주 원료인 사향의 국제 거래 규제로 생산이 중단될 상황이었다.

광동제약은 사향을 대신할 대체 물질을 고양이과 동물에서 찾아내 이를 제품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16일 밝혔다.

예부터 '기사회생(起死回生)의 명약'으로 불리는 우황청심원은 고혈압.동맥 경화.뇌졸중의 예방에 사용되는 전통 한약. 현대에 와서도 치료 효과를 인정받아 1천억원대에 이르는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1996년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희귀 동식물 보호규약'(워싱턴 조약)에 묶여 사향 노루의 수렵이 금지됐다. 이에 따라 사향 가격이 g당 10만원까지 폭등, 진짜 우황청심원 생산이 불가능해졌다.

사향의 대체 물질로 등장한 '영묘향'은 주 성분이 시벳이다. 중국.아프리카.인도의 고원 동굴에 서식하는 고양이과 동물에서 채취된다.

영묘향은 고양이의 항문 근처에 있는 향선낭에서 분비되는데 이 주머니를 열고 분비물을 뽑을 수 있어 동물을 죽이지 않아도 된다. 그동안 사향 채취를 위해선 사향 노루를 살상해야 했기 때문에 거래가 금지됐다.

영묘향은 효과 면에서도 사향을 능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희의료원 한방2내과 김영석 교수가 사향과 영묘환이 각각 들어 있는 우황청심원을 뇌졸중 및 고혈압 환자 1백51명에게 2주간 복용시킨 결과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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