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치] 발의 건강이 전신의 건강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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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체대 스포츠의학 오재근 교수

아이들을 사랑한다면 발을 자주 만져 주자. 시간이 된다면 씻어 주자. 아이는 간지러움과 함께 짜릿한 사랑을 느낄 것이고 아빠 엄마는 따뜻한 물만큼이나 마음이 훈훈해질 것이다. 어린이날이나 생일날만이라도 괜찮다. 일 년에 한 두 번일지라도 감동은 일 년 내내 지속될 것이다.

가능하면 씻어주는 것으로 끝내지 말고 발을 잘 관찰해 보자. 아주 어린애라면 평발이 정상 곡선의 발로 변해가고 있는지, 초등학교 학생이라면 발바닥에 티눈이나 못처럼 딱딱하게 바뀐 곳이 있는지, 중학생 이상이라면 거기에다 발의 변형이 일어난 곳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왜냐하면 발의 이상은 발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척추의 변형에 의해서라거나 골반과 고관절은 물론 무릎의 이상에서부터 비롯되는 구조적인 문제의 결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끔씩은 신발장에 놓여 있는 신발의 뒤축을 살펴보자. 신발 양쪽의 높이가 같은지, 뒤축이나 바닥의 안쪽과 바깥쪽 중 어느 것이 많이 닳아 있는지, 혹시라도 신발의 뒤축이 무너져 있거나 뒤틀려져 있는 것은 아닌지를 신발에서 좀 떨어져서 관찰해 보자. 신발 닳은 모양만 봐도 측만증이 있는지, 다리 길이의 차이가 나는지, O다리나 X다리인지, 발이 안쪽이나 바깥쪽으로 돌아가 있는지 추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고에 의하면 중고등학생의 척추측만증이 5년 사이 104.6%나 증가하였다고 한다. 같은 시기의 교육인적자원부 학생건강체력검사 결과에 따르면 중학생의 평균 키는 5년 전보다 남자 3.9, 여자 1.2㎝ 커진 반면 1급은 5% 줄고 5급은 13%나 늘어나 근력이나 근지구력 등 전반적인 체력 요인이 오히려 떨어졌다고 한다. 두 보고의 결과가 의미하는 것은 청소년들의 키의 길이 성장에 몸의 부피 성장이 못 따라 갔다는 것이다.

뼈와 근육을 건축물에 비유하자면 뼈는 골조요 근육은 시멘트다. 시멘트도 별로 바르지 않고 가늘고 긴 골조만으로 건물이 똑 바로 유지될 수 없듯이 인체도 뼈의 성장에 맞게 근육이 제대로 형성되어야 탄탄해진다. 근육은 운동을 해야 형성된다. 그것도 아령과 바벨같은 중량운동이 필요하다. 운동 기구가 없다면 윗몸일으키기나 엎드려 팔굽혀 펴기와 같은 자기 몸의 체중을 이용한 저항운동이라도 해야 근육의 부피가 커진다.

건물 기둥이 기울어지면 주춧돌도 당연히 부담을 받게 된다. 기울어지는 방향에 따라 더 많이 힘을 받는 곳이 생기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주춧돌의 높이도 달라진다. 가만히 서 있는 건물도 그러한데 하물며 매일 걷고 뛰는 사람의 몸은 어떠하겠는가. 양쪽 바퀴의 높이가 똑 같아야 할 자동차의 한 쪽에만 무거운 무게를 싣고 계속 다닌 결과를 운전자들은 모두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다시 발로 돌아가 발바닥의 어느 쪽에 굳은살이 박혀 있는지 살펴보자. 발의 앞인지 뒤인지, 안쪽인지 바깥쪽인지, 어느 발가락 아래쪽인지. 어느 쪽인지가 중요한 것은 그 방향의 허리에서 고관절, 무릎, 다리에 이르는 근육군이 긴장되어 있거나 이완되어져 있어 스트레칭을 해야 할 지 강화운동을 해야 할 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골반의 문제이든 고관절이나 무릎의 문제이든 그 부분만 보지 말고 허리에서 발까지의 근육을 살펴서 약해진 근육은 강화시키고 딱딱해진 근육은 이완시켜야만 근본적으로 해결이 된다.

발 문제 하나에 뭐가 이리 복잡한가. 하지만 발 이야기는 다음 주부터 소개될 척주 측만증, 골반 경사, 다리 길이 차이, OX다리, 발의 질병에 대한 운동법의 서막에 불과하다. 만일 사소해 보이는 아이들의 발의 문제가 운동부족으로 근육형성도 제대로 안 되고 자세도 불량하여 뼈도 휘어지고 골반도 틀어져서 생겼다면, 그래서 유난히 쉽게 피곤해 하고 체력은 물론 집중력도 떨어지고 신경질도 잘 내면서 여기저기가 아프다고 한다면 부모로서 어찌해야 할까. 나중에 비싼 강사나 유능한 의사를 소개해 주는 것보다 지금 매일같이 바로 앉아라 잔소리 하고 커 가는 시기에 맞게 운동하라고 채근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한국체육대학교 스포츠의학 오재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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