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3000만원 … 사진작가협 간부가 ‘상 장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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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2008년 4월 말, 대학로의 한 카페. 아마추어 사진작가 진모(63·여)씨가 현금 3000만원이 든 종이가방을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그러자 중년 남성이 가방을 챙기며 “대상을 받게 될 테니 걱정 말라”고 말했다. 한국사진작가협회 사무처장 김모(55)씨였다. 진씨는 그 후 자신의 작품을 협회가 주최하는 대한민국 사진대전에 출품했다.

김씨는 서울 강북의 한 모텔에 사진대전 심사위원 14명을 불러다 놓고 30여 장의 작은 견본 사진을 보여줬다. 진씨의 작품도 있었다. 김씨는 심사위원들에게 “잘 외워뒀다가 수상작에 포함시키라”고 말했다. “심사 당일 기억이 잘 안 나면 현장에 나간 협회 여직원을 잘 봐라. 수상해야 할 작품을 심사할 때 일어날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진씨의 작품은 이런 방식으로 대상에 선정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업무상 배임 혐의로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2007~2009년 한국사진작가협회가 주최한 대한민국사진대전과 서울시사진대전에 사진을 출품한 협회 회원 42명으로부터 총 4억원을 받고 상을 받게 해준 혐의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출품할 사진이 없는 회원에겐 수백만원을 받고 다른 사람의 작품을 건네주며 상을 주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5년 동안의 수상 실적에 따라 프로작가로 데뷔할 수 있는 만큼 작가들은 수상에 연연할 수밖에 없다”며 “김씨가 이를 악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2000만원을 받고 현 사진작가협회 이사장 윤모(72)씨의 당선을 돕고, 협회 공금 4900만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진씨 등 김씨에게 돈을 건넨 회원 42명과 김씨로부터 돈을 받은 심사위원 박모(68)씨 등 4명, 이사장 윤씨도 불구속 입건했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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