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후 8일-수능부정] 중학생들까지 애꿎은 피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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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에서 발생한 휴대전화 커닝 사건에 선배들의 강압에 애꿎은 중학생들까지 휘말린 사실이 본지 취재팀에 의해 확인됐다. 취재팀은 이번 수능 시험에서 휴대전화 커닝에 수신용으로 사용된 전화기를 24일 확보했다.

휴대전화에는 커닝 가담자들이 작성한 수능 시험의 답이 담긴 메시지와 함께 발신 전화번호 네개가 남아 있었다. 이 번호의 휴대전화들은 경찰에서 조사되지 않은 것이다.

한 번호로 전화를 걸어보니 광주 모 중학교 3학년 M군이 받았다. M군은 "수능 시험을 앞두고 친구 K(중3)군에게 휴대전화를 빌려줬고, 그 친구는 선배에게 빌려준다고 했다"며 "한 학급당 1~2명이 친구나 후배들의 휴대전화를 빌려 고교 선배들에게 갖다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화 번호의 응답자 역시 중학생이었다. 그는 "고등학생인 선배가 필요하다고 해 휴대전화를 빌려줬다"고 말했다. 이들은 경찰 조사를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한대는 60대 남성이 주인이었다. 그는 수능 정답이 발신된 이유에 대해 "알 수 없다. 전화를 자꾸 하지 마라"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수신용 휴대전화의 주인도 광주 모 중학교 1학년이었다. 휴대전화 주인은 "선배들에게 전화기를 빌려줬는데 메시지에 수능 시험 답안이 담겨 있었다. 지우면 나중에 그 선배에게 혼이 날까봐 남겨 뒀다"고 말했다.

한편 나머지 한 개의 번호는 그동안 경찰 조사에서 파악되지 않았던 광주J고 3학년 학생이 받았다. 그는 "수능을 사흘 앞두고 같은 학교 친구가 휴대전화를 빌려갔다"며 "우리 학교에서만 대략 60개의 휴대전화를 빌려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친구가 '휴대전화를 빌려오지 않으면 재수생 선배에게 혼이 난다'고 말해 할 수 없이 빌려줬다"며 "우리 학교에서 4~5년 전부터 집단으로 휴대전화 커닝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교육청 게시판에 수능시험 부정에 대한 제보가 오르자 학생들이 '적발될지도 모른다'고 염려했다"고 덧붙였다.

광주=천창환.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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