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패션… 새 유행 밀라노통신] 홍권삼 특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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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세계의 유행을 만드는 이탈리아 밀라노.그 힘은 어디서 오는 걸까?

고색창연한 건물,패션모델 뺨치는 시민들의 옷차림.전통과 미감(美感)의 조화가 오늘의 밀라노를 만들었다.대구시도 자매결연 등을 통해 밀라노 배우기에 여념이 없다.

패션과 예술의 수도를 자부하는 밀라노의 경쟁력을 현지에 파견,연수중인 홍권삼 기자의 눈을 통해 들여다 본다. 편집자 주

“어떻게 프랑스 파리와 비교합니까.패션이라면 당연히 밀라노지요.”

밀라노 시민들은 “패션의 중심지가 어디냐”고 물으면 밀라노라고 한마디로 자른다.현지의 한국기업체 직원들도 대부분 이 말에 동의한다.밀라노 거리를 둘러보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두오모 옆 패션거리=악사들의 거리공연이 펼쳐지자 사람들이 몰려든다.10대에서 70대까지 연령층도 다양하다.연주가 끝나면 박수가 쏟아지고 감상 명목으로 1백∼1천리라를 모금함에 던진다.

구경꾼의 옷차림도 각양각색이다.흰색 배꼽티에 목도리를 하고 청바지를 엉덩이에 걸친 10대 여학생은 코와 배꼽에 피어싱(piercing:피부를 뚫어 장신구를 매담)을 했다.멋있다고 하자 쏙 내미는 혀에도 장신구가 박혀 있다.

달라붙는 바지에 가죽재킷을 입은 5,60대 여성도 많다.7,80대도 노랑색 선글라스를 끼고,귀걸이를 하지 않은 할머니는 찾기 어렵다.니트류 ·가죽점퍼 ·가죽코트 등 저마다 한껏 멋을 부린 옷차림이다.부모를 따라 나선 5∼6세 어린이도 목도리나 스카프는 기본이다.

저마다 독특한 옷차림을 한 시민들은 패션모델이나 다를 바 없을 정도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거리=이 거리 중간쯤의 리마(Lima)역 앞,50대 여성 세명이 노점상에서 열심히 액세서리를 고르고 있다.요모 조모 살피다 구슬을 꿴 2천리라(1천2백원)짜리 팔찌를 사서 끼고는 사라진다.

중저가의 의류 ·구두 ·액세서리 가게가 몰려 있는 이곳 역시 쇼핑객이 북적대는 곳이다.쇼윈도엔 구경꾼이 몰린다.어떤 상품이 나왔는지,자신에게 어울리는 것이 있는지 보기 위해서다.진열대 앞에 몰려선 남녀노소의 모습은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밀라노 시민의 관심사 가운데 하나가 옷 잘입는 것이라고 한다.싼 것이냐 비싼 것이냐가 아니라 얼마나 잘 어울리게 입느냐는 문제다.하지만 아무리 멋있는 옷도 계속 입으면 안된다고 한다.

그래서 매일 옷을 바꿔 입는 것이 밀라노 사람의 불문율이라는 것이다.많은 사람들이 쇼윈도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싼 액세서리 하나로 멋을 낼 줄 알고,아침마다 무슨 옷을 어떻게 입을까 고민하는 이들이 바로 밀라노 시민이란 얘기다.

삼성물산 이길환 밀라노지점장은 “밀라노 시민 대다수가 코디테이터에 가까운 패션감각을 갖췄다”고 말한다.

그는 “시민들의 앞서가는 감각이 밀라노를 세계 최고의 패션도시로 만든 원동력”이라고 분석했다.

밀라노=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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