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정부에 집단 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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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비상시국회의 대표자들이 24일 서울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정부의 반환경적 개발계획의 백지화와 새만금 간척사업의 재검토 등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김태성 기자

개발과 보전을 둘러싼 정부와 환경단체 간 갈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국 112개 시민환경단체는 지난 10일 환경비상시국회의를 출범시켰다. "반(反)환경 정책의 백지화"를 정부에 강력하게 요구하기 위해서다. 환경운동연합.녹색연합.환경정의 등 대표적인 환경단체가 모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 앞 열린마당에서 천막 농성을 시작한 데 이어 22일에는 환경단체 책임자들이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특히 이들은 환경부와 정책을 조율하던 '민간환경단체정책협의회'를 탈퇴했고 27일에는 서울시청 앞에서 정부 정책을 성토하기 위한 전국 환경인대회를 열 계획이다. 지역별 비상시국회의 지부를 구성하는 등 길고도 전면적인 대정부 투쟁을 벌일 태세다.

이들은 "참여정부가 지난 2년 동안 국토 균형발전과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 경기 활성화 등을 내세우면서 국토와 자연환경을 마구 파괴했다"면서 "더 이상 지켜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상시국회의가 백지화를 요구하는 정책은 ▶골프장 건설 규제 완화와 전국 230개 골프장 건설 계획 ▶수도권 규제 완화 ▶기업도시특별법 제정 ▶국립공원 관통도로 등이다.

환경단체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청와대는 최근 "환경단체의 요구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을지 검토하라"고 각 부처에 지시했다. '환경담당 비서관'을 신설, 대통령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위원회 기획운영실장을 함께 맡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환경부 박선숙 차관은 "답이 없는 것을 요구하거나, 사실과 다르게 주장하는 부분도 있다"면서 "정부 입장을 최종 정리하기 위해 각 부처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뉴스분석] 소외에 대한 섭섭함이 발단…정책 대안은 제시안해 한계

환경단체들이 시국회의를 구성한 것은 현정부가 자신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정책을 추진하는 데 따른 소외감이 작용했다. "불황에 빠지자 정부가 단시일 내에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각종 개발사업을 정신을 못차릴 정도로 쏟아내고 있다"는 게 환경단체의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환경을 지키기 위해 다듬어온 각종 법과 제도가 무력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법과 제도를 크게 바꾸면서도 우리의 의견은 수렴하지 않았다"고 반발하고 있다.

환경단체의 주장에 대해 정부는 비판적 입장이다. 건교부 등은 환경단체가 경부고속철도 천성산터널 건설 등 진행 중인 국책사업을 '도롱뇽 서식지 파괴' 등을 내세워 문제삼는 것은 비합리적인 행동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환경단체가 대안은 제시하지 않은 채 반대운동에만 치중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부정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강찬수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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