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만의 연정, 성향 달라 단명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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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양당제 전통이 강한 영국에서 연립정부가 수립된 건 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0년 보수-노동 연립 전시내각 이후 70년 만이다. 노동당의 브라운 총리가 사퇴 승부수까지 던지며 ‘러브콜’을 보냈지만 자유민주당(자민당)은 보수당을 선택했다. 보수당에 크게 뒤지는 득표로 민의의 심판을 받은 노동당과의 연정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브라운의 승부수에 다급해진 보수당이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를 개편하라는 자민당의 요구를 원칙적으로 수용한 것도 주효했다. 하지만 연정의 미래에 대한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총선에서 보수당을 지지했던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캐머런은 근래 가장 힘겨운 정치적 유산을 물려받았다”며 “연정이 단명으로 끝나 1년 안에 다시 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전망은 두 당의 판이한 정책 성향에 근거한다. 기본적으로 보수당은 중도 우파, 자민당은 중도 좌파에 가깝다.

유럽연합(EU)과의 통합에 대해 캐머런 신임 총리가 회의론자인 반면 유럽의회 의원을 지낸 닉 클레그 부총리는 ‘유럽합중국’을 꿈꾸는 EU 통합론자다. 이민정책에 있어서도 보수당은 이민자 수를 줄이겠다는 입장이고 자민당은 개방적이다. 경제 재건은 연정의 성패를 좌우할 최대 과제다. 영국의 2009~2010 회계연도 재정적자는 1630억 파운드(약 278조원)로 사상 최대였고 실업률은 94년 이후 최고인 8%에 이른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연정 합의 내용에는 경제 회복에 대한 전략이 부족하다”며 “양쪽 당원들 모두 겉으론 박수를 치지만 속으론 이 ‘결혼’이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공동 내각을 구성할 양당이 매끄럽게 국정을 운영할지도 관건이다. 영국 최대 공공노조인 FDA의 조너선 바움 사무총장은 “연정이 삐거덕거리지 않으려면 정보가 특정 정당에 독점돼선 안 된다”며 “총리와 내각의 사무를 총괄하는 국무조정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로드 턴불 전 국무조정실장은 “연정은 영국 관료사회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양당 간 의사결정에 대한 기본 규칙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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