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휴식도 훈련” 박지성·이청용에 하루 휴가 …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12일 경기도 파주 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는 격전을 앞둔 짧은 평화의 기운이 감돌았다.

허정무 감독은 이날 오전 NFC에 합류한 박지성(맨유)과 이청용(볼턴)을 2시간 만에 귀가시켰다. 11일 귀국한 박지성과 이청용은 허 감독과 면담을 가진 뒤 ‘13일까지 집에서 재충전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지난해 8월부터 지난 주말까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빠듯한 일정을 소화한 데 따른 배려였다. 대표팀 관계자는 “16일 열릴 에콰도르전 출전을 준비하면서 쉬라는 지시가 있었다. 두 선수는 14일 합류한다. 굳이 NFC로 부른 건 직접 만나 컨디션을 자세히 점검하기 위해서였다”고 전했다.

10일 대표팀 훈련을 시작한 허 감독은 11일 하루 휴가를 줬다. 소속팀 일정 때문에 소집된 선수가 12명뿐이라 제대로 된 훈련을 할 수 없었다. 12일에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일정을 마친 수원 삼성과 성남 일화 소속 5명이 추가로 합류했다.

하지만 30명 전원이 모이려면 17일은 돼야 한다. 넘어진 김에 쉬어 가는 격이다. 평소 “휴식도 훈련”이라고 강조해 온 허 감독은 소집 전 “조급함은 우리의 적이다. 자신감을 가지고 우리의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대표팀에 합류한 염기훈(수원)은 “지성형과 청용이의 휴식은 당연한 조치다. 월드컵이 3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감독님이 여유 있게 팀을 이끌고 계신다. 선수들의 분위기도 좋다”고 전했다.

하지만 여유 있는 분위기는 조만간 무한경쟁으로 달아오를 전망이다. 참가 선수가 17명으로 늘어난 12일 훈련에서 처음으로 ‘무선 경기력 측정 시스템’이 시험 가동됐다. 선수가 엑스(X)자 밴드 형태의 무선 송수신기를 가슴에 차고 뛰면 운동장 주위에 설치된 14개의 센서가 선수의 심박수와 움직인 궤적, 회복 능력 등을 측정한다. 부상 여파로 별도의 가벼운 훈련을 소화하고 있는 박주영(모나코) 등이 무선 송수신기를 차고 시험에 나섰다.

대표팀 관계자는 “기존의 체력 측정 장치보다 착용감이 좋아 훈련 집중도가 높아졌다. 실시간으로 데이터 분석이 가능해 훈련의 효율도 좋다”고 설명했다.

‘저승사자’로 불리는 대표팀 피지컬 트레이너 레이몬드 베르하이옌도 경기력 측정 시스템을 점검했다. 그가 이끄는 ‘공포의 삑삑이’ 체력훈련에서 살아남는 선수만이 남아공으로 갈 수 있다.

파주=장치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