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이 ‘마을 역사’ 책으로 펴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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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 장수 이여송은 조선에 원병 와서 악행을 일삼았다. 이여송은 전란 중 이 땅의 맥을 자르고 제비원 미륵의 목을 쳤지만 아비의 조언에 따라 송(松) 자가 있는 고을엔 절대 들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경북 안동시 송천동 주민들이 최근 펴낸 『송천지(松川誌)』(국판 207쪽)에 나오는 ‘솔뫼의 이야기’ 중 한 대목이다. 송천동은 그래서 명나라 군사의 피해를 적게 입었다는 것이다.

인구 1400여 명에 지나지 않는 송천동 주민들이 마을지를 펴냈다.

송천동은 안동대 캠퍼스가 터 잡은 마을이다. 주민들은 그동안 마을지 간행위원회를 만들어 자료를 수집하고 원고를 정리했다. 책 발간 비용 600여만원도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았다.

간행위원장은 이 마을 출신으로 이육사문학관장을 맡고 있는 조영일(66) 시인이 맡았다. 조 간행위원장은 “주민들이 마을의 역사를 통해 애향심과 인간성을 회복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책을 펴내게 됐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 책에는 자연부락인 포진과 논골·솔뫼·천변·하리·석동 등지의 마을 역사와 성씨 분포, 문화유산, 절승지와 구전 노래에 이르기까지 흙 냄새 물씬 나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마을이 배출한 조선 광해군 시기의 석문 정영방(1577∼1650) 선생과 일제강점기 신교육과 독립운동을 펼친 해창 송기식(1878∼1949), 봉산 송연식(1893∼1968) 선생 등 선각자들의 발자취도 들어 있다.

송천동은 본래 농사가 주업이었지만 안동대가 들어서면서 대학촌으로 변했다. 그래서 전입인구도 늘고 도농복합마을이 되면서 생겨난 송천동의 변화상과 고민도 실었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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